유병률 1% C형 간염 방치하면 간암 위험 높아
간은 심각히 손상돼도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간의 침묵 때문에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나 된다.
간암 발병 경로를 거꾸로 추적하면 대부분 그 시작은 간염이다. 특히 지난해 집단 감염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던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만성 간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아주 높다. 만성화된 간염이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간염 관리와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C형 간염, 증상 나타나면 이미 늦어
간염은 간세포나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A B C D E형 간염으로 구분되고,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된다. 만성 간염은 간염이 6개월 이상 낫지 않고 지속될 때를 말한다.
C형 간염 유병률은 1%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대한간학회). 다른 간염보다 유병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만성화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 게다가 만성 C형 간염은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은 감염 후 대부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80%에서 만성으로 악화한다”며 “20년 정도 경과하면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20% 정도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지고 이 가운데 연간 1~5%에서 간암이 생긴다”고 했다.
C형 간염은 Aㆍ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는 게 문제다. 철저한 관리가 정말 필요하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최소 6개 유전자형과 50개 정도의 RNA 바이러스 아형(亞形)이 있어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와 달리 불안정하고 돌연변이가 많아 예방 항체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일부 유전자만 적용할 수 있거나 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가 변이돼 항체 형성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생활하면서 C형 간염 감염 경로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 C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주사기, 면도기, 칫솔, 손톱깎기 등으로 감염된다. 수혈로 감염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문신이나 피어싱, 반영구 화장, 침 시술, 정맥주사 등이 늘면서 비위생적인 경로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C형 간염은 평균 7~8주 잠복기를 거치는데 대부분 증상이 없다. 드물게 황달이 생기거나 피로감, 소화불량, 체중감소 등이 나타나지만 아주 경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증상만으로 C형 간염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수십 년 지나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된 뒤에야 알아챈다.
정기검진으로 ‘완치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지난해 1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는 우리를 불안에 떨게 했다. 그래서 정부는 오는 6월부터 C형 간염을 표본 감시 대상에서 전수 감시 대상(제3군 감염병)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 동안 C형 간염은 표본감시 의료기관에서만 C형 간염 환자를 보고했을 뿐 대상이 아닌 의료기관은 신고 의무가 없었다. 앞으론 C형 간염 환자를 진단한 모든 의료기관은 해당 지역 보건소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 보건소에 신고된 C형 간염 환자가 유독 많으면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해 원인 분석해 신속히 대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C형 간염 진단율을 높이려고 올 1년간 만 40세와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대상자에게 C형 간염 국가 검진 시범 사업을 시행한다. 검진 대상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기관 포털 사이트(sis.nhis.or.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이번 시범 사업 결과를 분석해 C형 간염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이 아니어도 C형 간염 검사는 필요하다. 낮은 유병률(1%)에도 불구하고 주로 검진을 통해 뒤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특히 C형 간염률이 높아지는 40대 이상은 정기적인 C형 간염 검사가 필요하다.
효과 좋아진 먹는 약으로 완치 가능
검진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빨리 치료할수록 효과는 더 좋아서다. 최근 치료 효과가 크게 좋아진 C형 간염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돼 조기 발견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하기 전에 완치할 수 있다.
실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유전자형 1b형 간염을 95% 이상 고치는 경구용 치료제들이 나왔다. 지난 3월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연구나 글로벌 연구에서 간경변이나 인터페론 등 기존 치료 경험과 관계없이 12주 치료로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 간염 환자 대상 100% 완치 효과를 입증한 C형 간염 치료제가 판매 허가를 받았다. 불과 몇 년 전 주사제와 먹는 약을 병용했을 때 완치율이 60% 정도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발전이다.
특히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약값 부담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급여 혜택은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경구용 치료제로도 실패하면 이후 명확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어 치료제 선택 시 효과 높은 약을 택해야 한다.
이연재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며 “최근 3개월 정도만 치료하면 95% 이상 C형 간염을 완치하는 먹는 약들이 나왔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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