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정부 인수위가 문서 보내
김관진 실장, 한민구 국방장관에
“비용 떠안을 수 있다” 언질 후
배치 서두르려 덮어버린 듯
민주당, 金실장 등 4명 검찰 고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지난해 말 인수위 단계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비용을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요구를 알면서도 사드 배치를 무리하게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김 실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사드 배치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고 있어 차기 정부 출범과 맞물려 사드 비용을 둘러싼 법적ㆍ정치적 공방이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1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해 12월 미 정부 인수위 측이 문서로 우리 측에 사드 비용을 논의하자고 제안해왔다”면서 “국회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김 실장이 이 문제를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김 실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비용 부담을 우리가 질 수도 있다’며 구두로 언질을 줬지만 그뿐이었다”면서 “사드 배치를 서둘러 끝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비용 문제를 뭉개면서 덮어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 실장은 미 측이 사드 비용을 요구한 이후 올해 1월 9일과 3월 15일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해 마이클 플린ㆍ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잇따라 면담을 가졌다. 그 사이 3월 6일 발사대 2기를 시작으로 레이더 등 사드의 주요 장비가 속속 한국으로 반입됐다. 지난달 27일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안보실장이 대통령도 없는 상황에서 방미를 두 차례나 했다”면서 김 실장이 사드 배치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이 사드 비용 부담을 미국으로부터 통보 받고도 사드 배치를 서둘렀 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10억 달러 사드 비용 부담’ 발언 이후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사드는 10억 달러짜리 시스템이다.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이미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사드 비용 부담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김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달 30일 통화를 갖고 “사드 부지는 한국, 사드 전개 및 운용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한미간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하지만 맥매스터 보좌관은 다시 3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내가 한국의 카운터파트에게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며 도리어 재협상을 강조했다. 이에 청와대는 1일 “맥매스터 보좌관의 언급은 한미간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드 비용 부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 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수장 4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홍보수석을 통해 “미국과의 논의 과정에서 사드 비용 문제가 거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추가로 김 실장 본인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국방부는 “사드 비용 분담 문제는 한미간 합의사항이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명시돼 있다”며 “재협상할 사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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