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거액 들여 드라마ㆍ게임
실병본부도 이색 기관 알리기
장ㆍ차관들은 언론 기고 눈도장
“조직 개편 불안감에 물밑 포석”
대선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일부 정부 부처들이 적극적인 조직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요. 관가에선 새로 들어설 정부의 조직 개편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안전의날 주간(5월 11~20일)을 맞아 가상현실(VR) 웹 드라마와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을 내놨습니다. 이 행사를 위해 드라마나 게임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적잖은 공을 들였습니다.
‘프로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단 이번 웹 드라마는 영화 ‘괴물’에서 3D감독을 맡은 모성진씨가 극본을, ‘살인의 추억’ 제작에 참여한 김석정 세종대 교수가 감독을 각각 맡았습니다. 걸그룹 헬로비너스의 유영, 방송인 임성민, 배우 임현성ㆍ고성철 등 출연자 면면도 나름 화려합니다. 총 5편으로 제작된 이번 드라마는 한편당 5~8분 길이로 이날부터 매주 한편씩 네이버TV캐스트,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방영되는데요. 식약처 신입 직원인 주인공이 부정ㆍ불량식품을 단속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포켓몬GO’처럼 AR기능을 활용한 ‘식중독잡GO’라는 게임도 내놨는데요. 드라마와 게임 제작비는 각각 1억원, 수천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식약처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가 아니겠냐는 추측을 내놓습니다. 식약처는 2013년 당시 농림축산식품부가 갖고 있던 식품안전 업무를 가져오면서 ‘청’에서 ‘처’로 격상됐는데요. 새로 생긴 기관이다 보니 아무래도 조직 개편에 대한 불안감이 작지 않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역시 ‘우리 기관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스스로 고백하는 이색 게시물을 오송역에 게시하는 등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질병관리본부가 보건 전담 부처 신설 얘기가 나올 때마다 회자되는 기관이라는 점을 연관 지어 보는 시선도 없지 않습니다.
해당 부처들은 하나 같이 “조직 개편과는 무관하다”며 부인하지만, 시기적으로 이런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정부 관계자는 “대선후보들이 일단 정부 조직을 크게 뒤흔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각 부처들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장ㆍ차관들의 언론 기고가 늘어난 것도 이 때문 아니겠냐”고 전했습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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