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비중이 준다고 정시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하시네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문재인 후보의 대입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수시와 정시로 구분된 현 대입구조에서 수시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면서도 정시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율배반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도대체 대입 정책의 방향성이 뭐냐”는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 후보가 ‘수시 비중 단계적 축소안’을 꺼내든 것은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직후다. 문 후보는 3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대영초등학교에서 교육공약을 발표하면서 “대학입시를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 하겠다”며 “수시 비중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시 축소에 따른 정시 확대가 대입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일자 최근 발간된 공약집에는 수시 축소 대신 ‘사교육 유발하는 수시전형 대폭 개선’이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물러섰다.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수시 축소안은 대선 토론의 주요 쟁점으로도 다뤄졌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수시 비중을 줄이면 정시를 늘리겠다는 것이냐”고 파고들었다. 이에 문 후보는 “논술 전형이나 특기자 전형 등 일부 수시 비중은 줄지만 정시가 늘지는 않는다”는 모호한 입장을 반복하면서 “줄어드는 수시 비중을 어떻게 재배치할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입전형은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뉘어진다. 논술 및 특기자(영어 수학 과학) 전형을 폐지할 경우 전체 모집 인원의 6, 7%가 폐지분으로 남게 된다. 모두 수시 감소분이다. 그런데 이를 수시의 다른 전형인 학생부전형으로 모두 흡수하는 게 아니라면 정시 비중은 지금보다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문 후보 주장대로 대학 자율 결정에 따라 폐지분이 조정된다 해도, 정시에 그 몫이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문 후보 측은 대부분 수시 모집에서 뽑았던 학생부교과전형 모집 시기를 정시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정시 몸집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축소된 수시 비중이 정시, 그 중에서도 수능 몫으로 몰릴 경우 문 후보의 ‘수능 절대평가화’ 약속과 배치될 공산도 크다. 이렇게 되면 2021년 수능에서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수능의 영향력을 점차 줄여가겠다는 문 후보 계획과는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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