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는 중국을 직접 거명하며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전례 없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논평에서 “상대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 당해 온 것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이라며 “조중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중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중국을 대국이나 주변나라로 칭하며 간접적으로 비난하기는 했지만, 중국이라고 콕 집어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다. 관련부처와 정보당국도 이처럼 북한의 표현 수위가 바뀐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믿었던 혈맹 중국이 등을 돌리고, 심지어 대북압박에 적극 동참하면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을 재개하는 벼랑 끝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번 논평이 북한의 주요 기관이 아닌 김철이라는 개인 필명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중국에 반발하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북중간 외교채널 또한 정상 가동되고 있어 아직은 양국 관계의 파국으로 보기에는 이른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거친 언사를 동원했지만 결국 내부 결속과 대외 엄포용 비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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