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되면 북한 먼저 가겠다”
홍준표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 준 여자의 일”
안철수 “제가 갑철수ㆍMB아바타냐”
유승민 “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해서 되겠냐”
‘쇼트트랙 대선’이라 불릴 정도로 짧은 대선 레이스에서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 외에 스스로 내뱉은 ‘아뿔싸 발언’으로도 홍역을 치러야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올 1월 월간지 인터뷰에서 했던 “(집권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는 발언으로 대선 기간 내내 보수 진영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TV 토론에서도 상대 후보가 ‘불안한 안보관을 가진 후보’라고 집중 공세를 펼 수 있게 한 빌미가 됐다. 지난달 25일 4차 TV토론에서 했던 ‘동성애 반대’ 발언은 진보 진영의 뭇매를 맞았다. 문 후보는 나중에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정정하긴 했지만, 토론 초반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강한 톤으로 얘기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곧바로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고 문 후보를 질타해 진보 진영의 점수를 땄다.
‘스트롱맨’을 자처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준 여자의 일”이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TV토론에서도 상대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스트롱맨이라고 세게 보이려고 그랬다”며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 또 대학 시절 친구들과 일명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성범죄 모의에 가담했다고 고백한 에세이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후폭풍에 시달렸다. 급기야 유일한 여성 후보인 심 후보가 3차 TV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성폭력 범죄를 옹호하는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토론 보이콧을 선언할 지경까지 갔다.
안철수 후보는 ‘단설 유치원 신설 제한’과 ‘갑철수’, ‘MB 아바타’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1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행사장 발언이 ‘병설 유치원 신설 제한’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안 후보 캠프는 “대형 단설 유치원 설립을 자제한다는 뜻”이라고 바로잡았지만 이 역시 학부모들 사이에서 “어쨌든 공립 유치원을 안 늘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샀다. 이와 함께 3차 TV토론에서 민주당의 조직적 네거티브 문건 의혹을 추궁하려고 문 후보를 향해 던졌던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 “MB 아바타냐”라는 질문은 ‘최악의 질문’이라는 평을 받으며 역효과만 불렀다.
유승민 후보는 2차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향해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냐”, “국방백서에 주적이라고 나온다. 군 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몰아세워 진보진영으로부터 지나치게 냉전적 안보관을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상정 후보는 2차 TV토론에서 문 후보의 복지와 증세 공약을 집중 추궁했다가 정의당 내에서 친노계 성향을 띠는 국민참여당 출신 당원들이 탈당 선언을 하는 유탄을 맞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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