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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9’ 김설진 “일상 소음으로 만든 ‘볼레로’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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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9’ 김설진 “일상 소음으로 만든 ‘볼레로’ 들려드릴게요”

입력
2017.05.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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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쓰리 볼레로' 중 '볼레로 만들기'를 작업 중인 안무가 김설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내달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쓰리 볼레로' 중 '볼레로 만들기'를 작업 중인 안무가 김설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음악은 숫자가 아닌데 왜 숫자를 세면서 들을까 생각했어요. 음악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해체해야겠다’는 결론이 난 거죠.”

라벨이 남긴 걸작 ‘볼레로’로 신작 안무를 작업 중인 안무가 김설진(36)은 이미 여러 번 안무했던 이 작품을 새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라벨은 “나는 단 하나의 걸작만을 썼다. 그것이 ‘볼레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곡에는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김설진은 역설적으로 “볼레로에 진짜 음악이 없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은북의 반복적인 리듬 위로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반복적인 선율을 쌓아가는 본래 ‘볼레로’의 구조는 그대로 두되 악기가 아닌 소리들을 넣었다. “주변 소음들이 음악으로 바뀌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지하철에서 내릴 때 소리 같은 일상 속 소리들도 음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작품 제목도 ‘볼레로 만들기’다. 안무 역시 음악과 맞물린다. “사회 구조 안의 사람들이 획일화된 모습에서 한 사람씩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그려요. 모두가 똑같지 않아도 조화로울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를 포함해 ‘볼레로 만들기’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는 총 6명이지만 모두가 같은 동작을 하는 군무는 없다. 이들은 각자 다른 춤을 추면서 조화를 만들어낸다.

2014년 엠넷(Mnet) 프로그램 ‘댄싱9’ 시즌2에서 우승하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김설진은 벨기에의 세계적 무용단인 ‘피핑 톰’에서 활동해 온 실력파다. 10세 때 스트리트 댄스로 춤을 시작했고, 가수들의 백업 댄서를 하며 방송과 가까워졌다. 그러다 “춤에 내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대 초반 현대무용을 시작했다. “움직임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춤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놓고 싶다는 소망이 컸어요. 제가 소통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매개체가 춤이었던 거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한 뒤 2008년 피핑 톰 무용단에 입단했다. “피핑 톰은 작품 아이디어와 동작을 무용수들이 전부 만들고, 안무가는 편집하는 역할이에요. 한국에선 하지 말라는 게 많았는데 거기에선 하지 말라는 걸 하면 더 좋아하더라고요.” 무용수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는 현재 크리에이터 그룹 ‘무버’에서 활동한다. 현대무용은 물론, 비보잉과 팝핀 등 다양한 기본기를 갖춘 무용수들이 작품을 위한 수평적 관계로 똘똘 뭉쳤다.

‘동시대에 행해지는 자유로운 춤’이라는 현대무용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가진 김설진은 작품을 통해서 그의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댄싱9’ 출연 후 달라진 점은 없을까? “빚이 좀 줄었고요(웃음). 제 공연에는 무용 전공자들만 주로 왔었는데 이제는 일반 관객들도 많이 찾아주시죠. 그 분들이 다른 무용 공연도 보러 가시고요. 그런 점이 정말 감사해요.”

김설진의 ‘볼레로 만들기’는 내달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올해 첫 신작 ‘쓰리 볼레로’ 중 한 작품이다. 파리오페라발레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했던 김용걸의 ‘볼레로’와 스타안무가 김보람의 ‘철저하게 처절하게’와 함께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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