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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ㆍ이념대결 사라지고… 샤이 유권자가 판세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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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ㆍ이념대결 사라지고… 샤이 유권자가 판세 흔들어

입력
2017.05.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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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문재인 vs 反文’ 구도

선거판 흔들던 색깔론도 안먹혀

5당 후보 완주 유례없는 다자대결

짧은기간에 TV토론 영향력 극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임기 중 탄핵에 따라 보궐 선거로 치러진 19대 대선은 여러 측면에서 이전 선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우선 정권교체를 바라는 촛불민심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역대로 대선 구도를 규정해 온 지역과 이념 대결이 옅어졌다. 대신 대선 운동장이 야권으로 기울면서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선거구도가 대체로 유지됐다. 연초부터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기 위한 제3지대 빅텐트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과거 선거 막판 가장 큰 변수였던 단일화 이슈가 묻히고, 5명의 주요 후보가 완주하면서 진영 내부간 선명성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특징이다.

① 지역과 이념 구도 완화, ‘샤이’보수층은 방황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과 이념 구도가 희미해졌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정권심판 분위기가 선거 국면을 압도하면서 과거 선거 때마다 반복되던 동서의 지역구도와 보수와 진보 간 팽팽한 대결구도가 사실상 와해됐다.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 전인 3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구ㆍ경북(TK)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역대 선거에서 각각 진보와 보수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호남과 TK의 특정 후보 쏠림 현상도 이번에는 현저히 완화됐다.

팽팽한 이념 대결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숨은 표를 가리키는 ‘샤이’ 유권자층의 부침은 어느 때보다 진폭이 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과거에도 숨은표에 대한 분석은 있었지만 이번 선거처럼 ‘샤이’ 유권자층이 판도를 흔든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정권의 급격한 몰락으로 ‘샤이’ 보수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의 표심이 짧은 기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거쳐 막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까지 옮겨 다니면서 대선 판도가 크게 출렁거렸다. 하지만 ‘반문재인’ 기치 아래 샤이 보수층을 결집시키겠다던 이른바 빅텐트론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대선 출마 후 중도 하차하면서 별다른 소득 없이 소멸됐다.

반면 지난 18대 대선 때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세대 대결 구도는 더욱 선명해졌다. 20~40대에서는 문 후보가 두 배 이상의 지지율 차이로 우위를 보인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안 후보나 전통 보수를 대표하는 홍 후보가 강세였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보수 진영으로 쏠렸던 50대의 경우 386세대의 대거 진입으로 50대 초반에서는 진보 후보가, 50대 후반에서는 보수 후보가 지지를 받는 세대 내부간 크로스 지지 현상도 나타났다.

② 이념 스펙트럼 넓힌 5자구도 선거

이번 선거는 역대 최다인 15명의 후보가 등록했고, 특히 주요 5당 후보가 완주하는 근래 찾아보기 힘든 다자구도로 진행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명확하게 완주 의지를 피력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당내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에도 뚝심 있게 버텼다. 18대 대선의 문재인ㆍ안철수 후보 단일화, 16대 대선의 정몽준ㆍ노무현 후보 단일화, 15대 대선의 DJP(김대중ㆍ김종필) 연합이 주요 변수였던 것과 대조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과거처럼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으로 이념이 수렴되지 않고 개혁보수와 선명진보로 더 분화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일단 다자구도 선거는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긍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치 노선에 따라 정책이 어떻게 차별화 되는지 접할 수 있어 길게 보면 정책 중심 선거로 넘어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정치공학적인 후보 단일화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한국정치사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기록될 만하다.

③ TV토론 영향력 커지고…색깔론은 미풍에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던 ‘색깔론’이 또다시 등장했지만 미풍에 그쳤다. 막판 보수 결집을 노린 보수 진영 후보들이 주적 논란 등을 이슈화하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까지 겹치면서 색깔론이 어김없이 선거판의 화두로 올랐지만, 과거처럼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12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 등이 보수층 결집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판 자체가 야권으로 기울어진 데다 해묵은 논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식상함까지 더해져 판도를 흔들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반면 단기 레이스로 펼쳐진 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선거 판도를 흔들어 놓을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과거 TV토론이 대선 과정의 한 요식행위에 그쳤다면, 이번 대선을 통해 검증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다. 이현우 교수는 “포맷 변화까지 시도한 TV토론이 후보 간 차별성과 자질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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