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성산면 새벽 3시 대피 소동
“완전 진화”…불과 몇 시간 뒤 재발
8일 오후까지 산림 57ha 잿더미
삼척 산불, 태백 경계까지 확산
“큰 불길 잡아도 땅속 불씨 여전
9일 비 예보에 실낱 희망 걸어“
꺼진 듯했던 강원 강릉시 성산면 대관령 산불이 다시 살아나 사흘째 사투가 이어졌다. 건조 기후와 강한 바람에 산불이 잡힐 기미가 없는 가운데 9일 비 예보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어야 할 처지다.
산림당국이 지난 6일 오후 완전 진화된 것으로 발표했던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산불은 8일 새벽 강한 바람을 타고 되살아났다. 어흘리 대관령 박물관 인근에서 재발화 한 불씨는 강한 서풍을 타고 순식간에 대관령 아래 마을인 관음리와 보광리, 금산리 민가를 위협했다. 주민 30명은 이날 오전 3시29분쯤 재난안전처가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자 마을회관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전승자(55ㆍ여)씨는 “산불이 민가를 덮칠 수 있어 또다시 안전지대로 빠져나와야 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이 트자 소방ㆍ산림당국은 헬기 등 장비 65대와 인력 3,570여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오전 한때 홍제동 강릉시청 뒷산까지 번졌던 불길을 잡고 잔불 정리에 나섰지만 재발화 가능성이 커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까지 성산면 일대 산림 57㏊가 잿더미가 됐고, 가옥 33채가 사라졌다.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 69명이 어흘리 마을회관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고 있다. 김승기(62), 박금화(59ㆍ여)씨 부부는 “불을 피해 몸만 빠져나온 상황이라 의류를 비롯해 비상식량 등 생필품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삼척시 도계읍 점리에서 발생한 산불도 사흘째 계속됐다. 밤새 이 불은 삼척과 태백의 경계인 백두대간 건의령 정상까지 확산됐다. 소방당국은 헬기 38대와 5,700여명을 투입, 공중과 산 정상, 지상에서 3중 방어선을 치고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현상이 곳곳에서 발생, 애써 잡은 불길이 수 차례 되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사흘간 지속된 이 불로 축구장 140개에 해당하는 산림 100㏊와 폐가 3채가 전소됐다. 도계읍 늑구2리 주민 김세욱(70)씨는 “큰 불길을 잡았다고 해도 땅속에 불씨가 여전히 많아 완전 진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9일 비 예보에 희망을 거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7일 오후 6시쯤 “27시간 만에 강릉 성산면 산불을 완전히 진화했다”고 서둘러 발표한 산림당국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완진 발표 후 강릉시청 광장 등지에 대기하던 소방차 등 일부 장비와 진화인력이 철수했으나 불과 몇 시간 뒤 불씨가 살아나 다시 긴급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국의 발표만 믿고 집으로 돌아갔다 새벽 또 다시 대피한 주민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ㆍ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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