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오후 8시까지 근무
휴대폰ㆍ특정색 옷 불가 등 엄격
“선생님 잠시만요, 출구조사 부탁 드립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6시, 투표를 마친 시민들이 서울 강서구의 한 투표소를 빠져 나오기 시작하자 출구조사원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졌다.
양손에 응답지와 수거함을 들고 5명마다 1명꼴로 ‘찜한’ 출구조사 대상자를 향해 달려간 조사원 박슬기(21)씨는 “응답자들을 위한 답례품”이라며 껌을 슬그머니 꺼내 보였다. ‘응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겠다며 준비한 비장의 무기’라는 웃음과 함께.
박씨와 함께 배치된 조사원들은 조장(1명) 조원(4명)으로 나눠 활동을 하고 있었다. 조장은 조사 결과를 집계해 조사업체에 알리고, 조원들은 조사와 계수 역할을 맡았다. 계수요원이 ‘正(바를 정)’ 자를 적어가면, 다른 3명의 조사요원이 번갈아 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활동 개시’는 오전 6시부터지만 이들의 근무는 두 시간 전인 4시부터 시작됐다. 마감 시간은 오후 8시. 16시간에 달하는 강행군으로, 점심시간과 같은 보장된 휴식시간은 없다. 투표소 근처 벤치에서 숨을 돌리곤 하지만 1~2분 간격으로 돌아오는 조사 순서 때마다 응답지를 들고 뛰는 일을 반복했다. 오전에는 미세먼지, 오후엔 빗줄기를 뚫느라 저녁 때에 접어들면서 조사원들은 녹초가 됐다.
일당은 15만~19만원 정도로 ‘센 편’이다. 이동거리와 역할에 따라 차등 지급이 되는데, 시간당 1만원 정도로 짭짤한 아르바이트거리라는 게 조사원들 얘기다. 조사업체 관계자는 “시급이 높아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여대생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응답자의 호응이 좋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일부 조사업체에선 아예 조사원 모집공고에 ‘대학생일 경우 여성만 지원 가능’ 항목을 삽입하면서 남학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조사원 김모(23)씨는 “‘꿀알바’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빡빡한 근무에 투표소 50m 밖에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등 엄격한 지침 때문이란다. 그는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 상의는 입지 못하고 휴대폰 사용도 일절 안돼 답답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실제 조사원 대부분은 회색이나 베이지색 상의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다.
조사 신뢰도를 따지며 조사를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50대 김모씨는 “조작 가능성도 우려되는 만큼 개표방송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며 끝내 조사를 거부했다. 한 조사원은 “다양한 유권자들의 표정을 접할 수 있어 보람 있었다”며 “새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를 가슴에 품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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