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몸도,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망연함도,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손수 새 대통령을 뽑고자 하는 열망을 가로막지 못했다.
울산에서는 올해 110세로 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김소윤 할머니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오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울산 중구 병영1동 투표소를 찾아 투표한 김 할머니는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 새 대통령은 백성 모두를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1907년생인 김 할머니는 투표장 방문 내내 주민들의 부축을 받았지만 기표소에는 혼자 들어가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할머니의 투표를 돕기 위해 승합차를 지원했다.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9시쯤 퇴촌면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0), 김군자(91), 하점연(95) 할머니는 “일본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꼭 투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나눔의집 측은 전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일본으로부터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이 포함된 합의문을 반드시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 지역 피해주민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산불로 집이 전소된 이재민 김순태(81)ㆍ강순옥(79)씨 부부는 성산면 투표소를 찾았다. 김씨 부부는 산불 발생 첫날 집이 모두 타 강릉 시내 아들 집에서 지내고 있다. 김씨는 “집이 다 타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엄두를 못 내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라고 말했다. 심장 수술로 몸이 다소 불편한 강씨도 “아들이 태워주고 이웃이 부축해서 남편과 투표를 하러 왔다”며 “국민으로서 투표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씨 집에 붙은 불을 끄다 손목을 다친 이웃 주민 김진걸(63)씨도 깁스를 한 불편한 몸에도 투표소를 찾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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