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제엔 기본료 개념 없어”
“사실상 요금 안에 들어있어”
업계ㆍ시민단체 개념 놓고 이견
당장 1만1000원 빼면 업계 타격
文대통령, 점진적 인하 방안 고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둘러싸고 그 실현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모든 이동통신 가입자의 월 요금에서 1만1,000원의 기본료를 제하겠다는 내용의 기본료 폐지는 국민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은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인하 주체인 통신업체들은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준비 등을 이유로 극구 반대할 것으로 예상돼, 현실화까지는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과도한 통신비를 확 줄이겠다”며 8대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단말기 공시지원금(보조금) 상한제 조기 폐지 ▦주파수 경매 시 통신비 인하 계획 제시 의무화 ▦한ㆍ중ㆍ일 3국 간 로밍요금 폐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핵심은 역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다. 문 대통령은 “한 달에 1만1,000원씩 내는 기본료는 특히 통화를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과 사회취약 계층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통신 기본료를 폐지해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약속대로라면 임기 중 기본료 폐지가 강력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먼저 기본료의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휴대폰 가입자의 95% 이상은 매월 정해진 금액을 내고 제한된 양 안에서 통화, 데이터 등을 사용하는 ‘정액제’를 쓰고 있어 기본료의 개념이 없다는 게 통신업체들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 요금을 내고 통화ㆍ문자ㆍ데이터를 사용한 만큼 추가 지불하는 ‘표준요금제’는 2G, 3G 시대의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측과 시민단체들은 정액제는 기본료가 겉으로 구분돼 있지 않을 뿐 요금 안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기본료 폐지를 꾸준히 추진해 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기본료는 통신망 설치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원가 개념으로, 모든 요금제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당장 1만1,000원씩을 일괄적으로 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이통3사 영업이익 합계는 3조5,976억원으로, 가입자당 1만1,000원씩을 빼면 3조6,624억원 적자로 고꾸라져 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개입을 통해 기본료를 일거에 없앤다고 하더라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생리상 다른 요금을 더 받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손실을 보전하려 할 것”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를 감안해 문 대통령 측도 점진적 인하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국장은 “통상 통신업체가 설비 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하기까지 8년 정도 걸린다”며 “2Gㆍ3G처럼 상용화한 지 10년 이상이 지난 서비스는 기본료를 없애도 무방하고, 4Gㆍ5G처럼 투자가 더 필요한 서비스는 8년이 지나는 시점에 맞춰 없애면 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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