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공약 두고 반박논리 준비
신임 법무장관 인선 예의주시
“국민 선택 받아들여야” 의견도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개혁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야심 차게 추진했다가 실패한 검찰개혁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차분하게 반박논리를 준비하며 대응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검찰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에서는 신임 법무부 장관 인선에 예의주시하는 검사들이 많다. 검찰개혁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룰 주무 장관이므로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중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에 찬성하는 검사는 없다”며 “특히 주무부처 장관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검찰개혁 과제 논의가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급 검사도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의 부작용도 있는 것인데 신임 법무장관이 이를 무조건 밀어붙인다면 문제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대검 기획조정부(부장 윤웅걸)를 중심으로 준비해온 반대 논리를 참여정부 시절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같은 검찰개혁 논의기구가 생기면 충분히 설명하고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윤 부장이 지난달 18일 김수남 검찰총장과 수도권 고ㆍ지검장 만찬에서 비공개로 설명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공수처를 ‘중립성 확보가 불가능한 정치적 수사기구’,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경찰의 수사독점 주장’ 등으로 규정했다.
반면 검찰개혁 과제를 더는 미룰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대세론도 내부에 존재한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이 논의된 지가 10년이 넘었다. 참여정부 당시 검찰이 개혁에 반대했지만, 국민적 신뢰를 비롯해 우리가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았다”며 “검찰도 국민의 일부이고, 대선에서 국민적 선택이 이뤄진 만큼 이제는 개혁안을 받아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개혁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검찰 힘 빼기’에 나서다가 검찰 전체를 적으로 돌려놓는 식의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정부 초기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11기나 후배인 판사 출신 강금실 전 장관을 임명한 데 대한 집단반발로 검찰개혁이 실패했던 사례를 꼽는 검사들이 많았다. 강 전 장관은 기수파괴 인사 등으로 검찰의 집단반발을 불러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결국 물러났고, 검찰개혁도 동력을 잃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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