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견 시기ㆍ보안 조치 부적절”
방문 직후 주미 러시아 대사 경질설
러 스캔들 관련 여부 주목
지난달 시리아 정부군 폭격 이후 급격히 냉각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임과 겹치면서 잡음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접견해 시리아 대책을 논의했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눈초리는 매섭다. 러시아와 트럼프 대선캠프 사이의 관계를 수사하던 코미 국장이 해임된 지 하루 만에 라브로프 장관이 백악관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접견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자,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부적절한 보안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을 촬영한 인물이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의 기자였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당국자가 백악관측에 이 기자를 “라브로프 장관의 개인 사진사”라고 밝혔을 뿐 타스통신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WP와 인터뷰한 한 관계자는 “백악관의 통상적인 보안점검으로는 정밀한 스파이 기술로 제작된 장비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곁에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가 배석한 것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키슬략 대사는 2월 러시아와 내통 논란으로 사퇴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접촉해 대(對)러시아 제재 문제를 논의한 당사자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역시 선거운동 기간에 키슬략 대사를 두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자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에서 손을 뗐다. 미국 주재 대사가 해당국 외교관의 방문에 동석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나, 논란이 있는 인사를 백악관에 들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키슬략 대사가 백악관을 찾은 직후 키슬략 대사의 경질 예정 소식이 전해졌다. 타스통신은 11일 러시아 정부가 키슬략 대사를 대신할 안토노프 외무차관에 대한 인준안을 하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경질이 미국의 러시아 내통 스캔들과 연관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키슬략 대사는 2008년부터 주미 대사로 재직해 왔으며, 대사직에 물러난 뒤 신설되는 유엔 주재 대(對) 테러전 사무소 대표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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