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법무부에 추가 인력 요청 등
러 스캔들 수사 확대하려다 파면한 듯
보복성 조치 정황에 거센 후폭풍
“대통령 취임 후 계속 경질 고려”
백악관은 정당화에 안간힘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유착 수사를 확대하려다 보복성 조치로 파면 당했다는 주장이 구체적 정황과 함께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코미 전 국장 해임을 고려해 왔다”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오히려 ‘러시아 스캔들’이 워싱턴 내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코미 전 국장이 해임되기 수일 전 법무부에 트럼프 캠프 수사에 필요한 추가 인력을 요청해 왔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의회 관리들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은 지난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과 회동에서 이러한 요구를 하고 8일 상원 정보위원장과 민주당 중진의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목을 조여오던 코미 전 국장을 ‘꼬리 자르기’로 경질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 처음으로 나온 관계자 증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정 뒤에 숨겨진 배경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이 지난 3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의 대선 개입 가능성을 재차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주말을 보내던 중 “이상하다” “(코미가) 순교자 행세를 한다”는 등 거듭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베드민스터에서 돌아오자마자 8일 아침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백악관 참모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로젠스타인 차관을 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이미 해임을 마음 먹은 지는 확실치 않으나, 법무부 장ㆍ차관이 회동 후 제출한 권고안에 따라 다음날 경질 공지를 내렸다.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권고안에 수사 확대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해임 결정 하루 만에 러시아 스캔들 수사 막기 용도로 좁혀지고 있음에도 백악관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세라 허커비 백악관 부대변인은 “코미 전 국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완전히 잃었다”며 “솔직히 대통령은 선출된 날 이래로 (계속해서) 경질을 고려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직접 기자들을 만나 “그(코미)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며 재차 정당성을 주장했다. 법무부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복성 인사가 사실이든 아니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거센 역풍에 마주하고 있다. FBI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백악관이 국정 운영을 위해 매일 같이 FBI의 정보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대통령으로서 삶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 스캔들에 의회의 이목이 쏠리면서 특별검사, 독립검사 등 여러 방식을 통한 전면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론 클레인은 “독립 수사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대통령직 또한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FBI와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 또한 차질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는 코미 전 국장의 측근인 앤드류 맥케이브 전 FBI 부국장이 맡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지만, 한 FBI 고위급 관료는 “무슨 일이 있어도 FBI는 계속해서 범죄를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정보위도 러시아와 내통 의혹으로 경질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해 10일 강제 소환장을 발부했다. 상원의 소환장 발부는 2001년 9ㆍ11 테러 조사 이후 처음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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