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김상곤 사실상 내정
국ㆍ검정 혼용 시행령 개정하고
검정 편찬 기준도 재정비 예상
문재인 대통령 “수능 절대평가로”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 폐지 힘실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함께 교육정책도 지난 10년과는 큰 틀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교육 부총리에 대선 교육공약을 설계한 진보 성향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추진력도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11일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새 교육부 장관은 취임 직후 국정교과서부터 백지화할 예정이다. 당초 교육부는 내년부터 중ㆍ고교가 국정과 검정 중 역사 교과서를 선택해 쓸 수 있도록 고시에 역사 과목 국정교과서를 두도록 했고, 시행령에선 학교장이 국ㆍ검정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도록 바꿨다.
국정교과서 폐기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를 하는 만큼 새 교육부 장관은 이전처럼 검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고시와 시행령을 차례로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고시는 교육부 장관의 결정으로, 시행령은 국무회의만 거치면 개정이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사용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ㆍ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개발 일정 역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국정교과서와 동일한 편찬기준으로 제작되고 있는데다, 지난해 말 교육부의 갑작스런 국ㆍ검정 혼용 결정으로 개발 기간이 1년도 안돼 ‘졸속 교과서’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역사학계 등에서는 2019년이나 2020년부터 새 교과서를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교육부의 압박도 대폭 누그러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 전교조의 노조설립을 취소해 법외노조가 되자,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에 전임자 휴직 취소, 사무실 지원금 회수, 단체협약 효력 중지 등을 요구하며 전방위적으로 전교조를 압박해왔다. 최근에는 시도교육감이 허용한 전임자의 휴직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시도교육청 실무자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교조에 대해 따로 언급한 적은 없으나, 진보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가 보낸 공약 질의서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 철회’에 동의했다. 특히 교육 부총리가 유력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2009년 전교조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민선1기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됐으며 혁신학교,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등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폈다.
고교ㆍ대학 입시도 큰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장기적으로는 일정 점수만 넘으면 ‘합격’하게 되는 자격고사로 바꾼다고 약속했다.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6월쯤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정부 시안)을 만든 뒤 여론을 수렴해 7월에는 확정해야 한다.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많은 교육시민단체와 교원단체가 남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현행 줄 세우기식 상대평가를 탈피하자며 절대평가를 요구해왔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는 폐지의 운명을 맞을 공산이 크다. 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들 고교는 이명박 정부가 ‘고교 다양화’ 정책을 펴며 특목고에 학생 우선선발권,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재정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며 육성해왔다. 새 정부는 임기 초기에 이들 고교의 우선 선발권을 없애 일반고와 선발 시기를 동일하게 하는 등 각종 혜택을 없애 임기 말쯤에는 자연스레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고교 하향 평준화만 부르는 것 아니냐 논란이 다시 촉발될 수 있는데다, 이들 고교의 입학을 준비해온 학부모들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해마다 되풀이 됐던 정부와 시도교육청간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 예산 갈등도 사라질 전망이다. 새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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