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은
대표적 사회참여형 지식인
2012년 대선부터 대통령과 인연
통진당 기소 “우스꽝스러워” 비판
검찰 개혁 전망은
공수처 신설에 속도 낼 듯
법무부와 고리 끊어 독립 공언
실무 경험 없어 검찰 설득 등 과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벌써부터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11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비(非)검찰 출신이자 개혁 소장파 법학자인 조국(52)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한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불려 온 검찰에 대해 집권 초부터 대규모 수술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게다가 이날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 현재 공석인 법무장관과 후임 검찰총장 인선이 사실상 한꺼번에 이뤄지게 돼 검찰 개혁 플랜은 조만간 실행 단계로 들어갈 전망이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인 조 수석은 대표적인 ‘사회참여형 지식인’이다. 1990년대 국가보안법 폐지 공론화의 물꼬를 텄고, 2000년대 초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내는 등 사회 현안과 관련해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왔다. 87년 경찰의 고문을 받고 숨진 고 박종철 열사의 고교 1년 선배인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회활동에 대해 “근원적으로 종철이가 있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93년 울산대 조교수 재직 시절 이른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연루돼 6개월간 구속 수감된 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진보집권플랜’의 출간 2년 후인 2012년 대선 때부터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기본적으로 조 수석의 검찰관(觀)은 상당히 비판적이다. 2013년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검찰의) 기소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은 게 대표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한국의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을 독점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그런 권력을 제대로 엄정하게 사용했는지 국민적 의문이 있다”고 했다. 그 동안 검찰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면서 ‘정치화’돼 버렸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앞으로 조 수석이 주도할 검찰 개혁의 세부 과제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 첫 손에 꼽힌다. 이날 그가 “공수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얘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소신이다. 공수처 설치가 진정으로 검찰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권력형 비리 수사를 그간 검찰 특수부가 독점해 왔다면, 이제는 공수처-검찰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핵심 요직에 검사들이 배치된 법무부를 통해 사실상 검찰을 장악해 온 구조에 대해 조 수석은 평소 문제의식을 가져왔다고 한다. 청와대-법무부-검찰의 연결고리를 끊어 ‘검찰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그는 이날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지휘해선 안 된다”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장관에 있고, 민정수석은 그 과정에서 검증만 할 뿐” 등을 공언했다.
일각에선 조 수석에게 검찰 실무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가 2004년 이후 대검찰청이 꾸린 각종 위원회에 수 차례 참여했다는 점에서, 현실을 외면한 이상론만을 펼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한 검사장은 “오히려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고, 때로는 검찰 입장을 듣고는 기존 입장을 수정하기도 할 만큼 합리적인 성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때문에 조 수석이 검찰 조직에 ‘외부 충격파’를 던지면서도 충분한 소통과 설득 과정도 병행, ‘원칙을 깬 타협’ 없이 결국에는 검찰의 승복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와 호흡을 맞추게 될 신임 법무장관ㆍ검찰총장의 인선에 법조계의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 출신이나 일반 법조인이 민정수석이 됐다면 적절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조 수석은 검찰 개혁 원칙론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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