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 실천 위한 추경안 준비 착수
세계잉여금 등 세수 여건 좋아
국채 발행 없이도 조달 가능
지표 호조에 추경 요건 논란
추경안 국회 제출되더라도
야당과 협치 안 하면 통과 어려워
‘제이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구상)의 첫 단추는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조원의 ‘실탄’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증대→ 경제성장→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제이노믹스와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경제 회복세를 이유로 추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새 정부는 이미 추경 편성을 위한 법적 검토 등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10조원 일자리 추경을 바로 편성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곧 지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 편성은 일자리 분야에만 집중 투입되는 ‘원 포인트’ 추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0조원을 하반기 소방공무원(1,500명), 경찰공무원(1,500명), 사회복지전담 공무원(1,500명) 등 인력 사정이 열악한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출 대기업의 성과가 가계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소비가 침체되고 내수가 악화하고 있다”며 “추경 등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 여건은 나쁘지 않다.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ㆍ지난해 세입으로 거뒀으나 쓰고 남은 돈) 8조원 중 지방교부세 정산 등에 6조원을 사용하고 2조원이 예산 여유분으로 남아 있다. 1~3월 국세수입이 69조9,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조9,000억원이나 더 걷히는 등 올해 세수도 좋다. 국채(빚)를 발행할 필요도 없이 올해 추정 세수를 다시 계산해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추경도 그 해 초과세수 전망치(9조8,000억원)와 세계잉여금(1조2,000억원)으로 조달했다.
그러나 ‘문재인표 추경’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현 경제 상황이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 지 논란이 제기된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부득이한 사유’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제지표는 좋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0.9%를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 호황에 수출은 작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에 한국은행(2.5→2.6%)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ㆍ2.6→2.7%)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지표만 보면 추경의 법적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임 정부 대부분 출범 첫해 추경안을 만들었는데 그 중 엄밀하게 법적 요건을 충족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추경 편성은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첫해인 2013년 그 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3%로 낮추는 ‘작업’을 거쳐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더 큰 난관은 추경안을 수립한 이후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본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120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인위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방안에 비판적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야당이 쉽게 동의해줄지 의문”이라며 “추경안이 여야 협치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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