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정부 시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활동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12일 “정윤회 문건 사건과 세월호 특조위 조사 방해 등 지난 정부 민정수석실의 부당한 권한 행사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국정농단과 세월호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단순히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뿐 아니라 검찰 수뇌부도 겨냥한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조 수석은 2014년 말 불거진 ‘정윤회 문건 파동’을 유야무야 넘긴 것이 국정농단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는 최순실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고 진술한 만큼 민정수석실 압력을 받은 검찰의 부실수사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으로 승진한 배경이 정윤회 문건 사건을 잘 처리한 공로라는 말이 돌았다.
참사 발생 3년이 지났지만 세월호의 진실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것도 당시 청와대의 은폐 지시와 방해 활동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 검찰의 해경 수사를 막은 당사자는 우 전 수석이었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극우단체를 사주해 반대 여론을 조성한 것도 민정수석실이었다.
민정수석실 조사는 김 전 총장 등 검찰 수뇌부와 우 전 수석의 라인으로 알려진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 전 수석이 지난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중요한 국면마다 통화한 사실은 청와대와 검찰의 유착을 의심케 한다. 국정농단의 핵심 책임자인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도 그런 의혹을 키웠다.
하지만 민정수석실 내부 조사만으로 국정농단 수사의 미흡한 부분과 세월호의 전반적 의혹을 푸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기록물이 이관돼 남은 자료가 거의 없다. 관련 당사자들도 청와대를 떠난 마당에 수사권도 없는 민정수석실 조사에 응할 리가 없다. 그렇다고 검찰에 재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앞으로 청와대가 수사 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배치된다. 결국 새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의혹을 규명할 의지가 있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 새롭게 수사에 착수토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미 국회에는 ‘2기 세월호 특조위 특별법’과 ‘우병우 특검법’이 발의돼 있는 만큼 여당 등 정치권이 조속히 법을 통과시키도록 요청해야 한다. 정치권도 국가적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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