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15
‘나크바(Nakba)’란 아랍어로 대재난이란 뜻이다. 5월 15일은 팔레스타인의 대재앙의 날, ‘나크바 데이(nakba Day)’다. 유엔 분할안에 따라 영국령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나뉜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은 건국을 선언했고, 다음날 영국이 위임통치 종료를 선언했다. 졸지에 땅과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 70여 만 명이 졸지에 난민과 다름 없는 처지가 됐고, 곧이어 아랍연맹과 이스라엘의 전쟁(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이스라엘은 유대력 이야르(Iyar)월 5일(올해는 5월 2일)을 국경일인 독립기념일로 기린다. 홀로코스트 기념일(유대력 니산월 27일)서부터 전몰 군경 추모일을 거쳐 독립기념일까지가 이스라엘의 최대 국경주간. 독립기념일은 당연히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폭죽과 함께 각종 공연이 펼쳐지고, 야외 곳곳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벌어진다. 그 시간의 끝에 팔레스타인 인들의 나크바 데이가 있다. 요르단과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에 흩어져 사는 팔레스타인 인들에게 그날은 설욕과 응전의 날이다. 이스라엘 국경 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인들(인구의 약 20%)에게는 아마 더 참담한 날일 것이다.
아랍인에게 ‘나크바’는 옛 오스만제국이 동맹국의 일원으로 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패전 후 사실상 해체된 일을 의미했다고 한다. 시리아의 한 작가가 48년 여름 저 단어를 팔레스타인의 비극에 갖다 썼지만, 수복의 의지를 외면하는 듯한 패배주의적 어조 때문에 아랍권에서는 기피했다. 거듭된 중동전쟁에서 패하면서, 또 유엔 차원의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 논의 (2012년 옵저버 지위 인정)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점차 달라졌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던 야세르 아라파트가 그레고리력 5월 15일을 공식 ‘나크바 데이’로 제정ㆍ선포한 건 1998년이었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요르단 등지의 팔레스타인 난민은 등록된 숫자만 약 520만 명(기타지역 포함 570만 명)이다. 그들, 박탈당한 이들은 나크바 데이 시위에 촛불 대신 커다란 열쇠를 든다. 고향 헤브론과 예루살렘의 집 열쇠를 상징하는 것이다. 물론 돌과 화염병을 드는 이들도 있고, 시위가 격해져서 이스라엘 방위군의 총격에 숨지는 이들도 매년 있다. 그들의 대재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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