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천명하면서 권한남용 견제 및 방지 못지않게 정권만 잡으면 검찰을 사냥개처럼 활용했던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 확실히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협조하지 않는 인사들을 검찰을 동원, 무리하게 수사해 법정에 세우고, 반대급부로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했던 검사들은 출세해온 공생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자행된 PD수첩,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정연주 전 KBS 사장 수사가 이런 잘못된 수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검찰은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 도화선이 됐던 2008년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법리적으로 기소는 무리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뇌부는 임 부장이 조직을 떠나자 다른 검사들을 동원해 수사를 강행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선 사문화된 전기통신기본법까지 끄집어내 법정에 세웠지만 역시 무죄였다. 검찰은 정권 교체 후 퇴임 압력을 거부하던 정연주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 조정으로 세금소송을 마무리한 점까지 문제 삼는 등 무리한 기소가 이뤄져 역시 무죄로 귀결됐다. 검찰은 이 사건들의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돼도 계속 항소했으며, 그 사이 담당 검사들은 대부분 영전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죄가 안 되는 게 뻔한데도 검찰이 청와대 하명을 받아 무리하게 죄를 묻고, 무죄가 나와도 대법원까지 재판을 계속 끌고 간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포토라인에 세워 창피주기를 하고, 담당 검사는 승진시켜 검찰 조직을 정권에 순응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권과 검찰의 공생관계는 검찰을 공안통치 도구로 이용하는 방식으로도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은 중국 국적자인 서울시공무원 유우성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다급해진 국가정보원은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을 조작했고, 검찰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재판에 임했다가 신뢰성에 큰 오점을 남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와 KT 등 민간기업을 겨냥하는 검찰의 칼끝도 의심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8개월 동안 지속된 검찰 수사 끝에 기소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백복인 KT&G 사장이 올해 초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은 하명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사퇴를 거부하던 이석채 전 KT 회장도 ‘먼지떨이식’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대부분 혐의를 벗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조사하겠다고 선언한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사건도 청와대의 검찰 수사 개입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수사할 단서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국정농단 문건의 실체적 진실보다는 문건 유출경로로 수사방향을 바꾸라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따랐을 것이란 의혹은 여전하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정권은 공안통치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검찰을 활용했던 점이 두드러진다”며 “검찰을 정권에 충성하게 만들기 위해, 청와대는 법에 충성하는 검사가 아니라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를 중용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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