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불통ㆍ독선으로 몰락
5000만 국민 “반면교사 삼아야”
‘모든 것 다하겠다’는 과욕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 우선 선별을
박근혜 정부 내내 국민은 통합과 소통을 갈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에 귀를 막은 채 대통령 관저에서 ‘혼밥’을 먹으며 불통과 분열의 화신을 자초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사유화하고 재벌 대기업을 ‘정부 곳간’처럼 사용하는 농단 끝에 헌법의 단죄를 받고 탄핵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혼란 이후 촛불민심과 함께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진 1,342만3,800명 유권자 뿐 아니라 5,000만 국민이, 문재인 정부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고 외치고 있다. 국민의 요구를 담은 10가지 금지 사항(Do-Not 리스트)만 명심하면 정권의 성공은 보장된다는 지적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붕괴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불통과 독선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은 고사하고 참모나 장관들의 대면 보고조차 불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소통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고질적인 불통은 국회와의 단절을 초래했고 결국 비선에 대한 의존성을 키우면서 정권 몰락을 재촉했다. 이용모 한국정책학회 회장은 14일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안 받겠다고 하면서 주변의 친한 사람들과 자신의 관심사 밖에 안 챙기다 보니 국정 혼란을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대 혼밥 먹지 마라”는 정언명령을 내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문고리 권력에 의존하며 검찰과 경찰, 국정원을 시녀처럼 사유화하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말았다. 권력의 사유화는 비단 박 전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 지속돼 온 폐단이다. 문 대통령 또한 ‘검찰을 수족으로 쓰지 마라’는 경계를 게을리 한다면 결코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역대 정부와 대통령의 증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돌입하는 마당에 구시대적 통치 유물 또한 마땅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집권 초기마다 반복됐던 청와대와 정부의 비대화 시도, 공기업에 대한 과도한 간섭, 정경분리 원칙을 망각한 대기업 편중주의 등은 마땅히 적폐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맞춰 갖은 요구와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처럼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데 목표를 두기보다 최소 10가지 Do-Not 리스트만 실천할 수 있다면 역대 대통령과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집권 초기 의욕에 충만해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사인 ‘한강의 기적’ 같은 장밋빛 슬로건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목록부터 챙기고 선별해야 불행한 전철을 거듭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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