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호칭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3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청와대 관저 입주 풍경을 다룬 한 언론사의 기사에서 부인 김정숙여사를 ‘김정숙씨’라고 지칭하면서다. 15일 현재 해당 기사에는 “김정숙 여사는 일반인이 아니다”라며 “영부인이라는 사회적 위치가 드러나는 ‘여사’라는 호칭으로 제대로 써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댓글이 450여 개 넘게 달리고 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여사’와 ‘씨’ 모두 높임말이다. ‘여사’는 ‘결혼한 여성이나 사회적으로 이름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로, ‘씨’는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로 정의된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주장대로 영부인을 ‘씨’가 아닌 ‘여사’로 불러야 한다면, 높임말들 사이에도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국립국어원에 직접 확인해봤다.
‘씨’와 ‘여사’ 모두 똑같은 높임말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사전적으로 ‘씨’와 ‘여사’의 높임 정도에는 차이가 없다. 특히 ‘씨’의 경우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 주로 사용되는 높임 명사다. 즉 언론사 기사에서 영부인의 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것은 높임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김정숙씨’라는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일상 생활에서의 사용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직장이나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르거나 동료끼리 서로를 부를 때 ‘ㅇㅇ씨’를 쓰기 때문에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 ‘씨’라는 호칭이 결코 영부인을 존대하지 않거나 낮춰 부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사’라는 높임말엔 여성형만 있어
‘씨’와 ‘여사’에는 주목할 차이점이 있다. 바로 성별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씨’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중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반면 ‘여사’는 오로지 여성에게만 쓸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남성형 단어도 없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개별 직함을 가진 여성들이 적었기 때문에 이들의 지위를 알리는 유일한 단어는 ‘~의 처’라는 것을 알리는 ‘여사’ 뿐이었다”며 “현재는 이 단어가 자주 사용되면서 지금은 객관적인 하나의 호칭으로 쓰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존칭을 둘러싼 논쟁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과열되면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귀옥 교수는 “대선이 끝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됐기 때문에 새로운 정권에 대한 인정 여부가 존칭 논란으로 불거진 것 같다”며 “정중한 호칭을 사용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기사 내용이나 발언이 아닌 단어만을 두고 논쟁이 커지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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