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75%... ‘여성혐오 인식’ 남녀 격차
“상가 화장실 여전히 남녀 공용” 불만도
“우리 사회는 강남역 살인사건 후 어떻게 변했습니까?”
지난 11일과 12일 한국일보 취재팀이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5월17일 새벽 이 곳 인근 빌딩 상가 2층 공용화장실에서 20대 남성이 단지 ‘여자들이 나를 항상 무시한다’는 왜곡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죄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극단적 행태로 여성혐오를 표출한 충격적인 사건에 여성의 분노와 공포, 더불어 추모 물결이 이어지면서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한국일보는 이 질문을 통해 강남역 살인사건 1년 뒤 인식의 변화를 알아봤다.
강남역을 오가는 시민 235명이 생각을 적어달라고 준 포스트잇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았다. “사회는 변한 게 없다” “갈 길이 멀다”는 내용이 많았다. “비슷한 범죄를 막겠다면서 바꾼 것이라고는 공중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강남역 인근 유흥가는 물론이고 도심 내 번화가 상가의 화장실이 여전히 남녀구분조차 안 돼 있는 공용”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대다수 여성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현재 진행형”으로 인식했다. 설문에 참여한 여대생 이모(26)씨는 “나 자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라는 무의식적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트잇에 적힌 성별과 나이를 분석한 결과로 보면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성만의 관심사나 다름없었다. 성별을 말한 응답자 218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5%(163명)나 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남성은 고작 25%(55명)에 불과했다. 여성혐오에 대한 남녀 인식 격차가 크다는 방증이다. 여성들이 “아직도 분노가 치민다”며 자발적으로 메시지를 작성한 반면, 상당수 남성들은 포스트잇이 무수히 붙은 칠판을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할 말이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구단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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