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에서 청와대가 부처의 내부 인사에 입김을 행사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진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부처를 장악하는 국정운영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진 탓이다.
공무원임용령 5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소속 장관에 3급부터 5급까지의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을 위임하고 있다. 사무관 이상 공무원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사람을 선발해 심사하고 결정해서 올리는 실질적인 인사권을 각 부처 장관에게 부여한 것이다. 부처 장관의 제청을 받아 임명되는 고위공무원의 경우에도 검증에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장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전임 박근혜정부에서는 판이하게 달랐다. 장관들이 내부 인사의 승인을 놓고 청와대 인사ㆍ민정수석실과 협의를 거치며 대통령의 의중을 기다려야 했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인사가 지체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한 고위공무원은 “지난 정부에서는 과장급 인사까지 청와대에서 결정해 내려 보냈을 정도로 개입 정도가 심했다”면서 “1ㆍ2ㆍ3 순위 후보자를 올리면 1순위 후보가 이유 없이 탈락하거나 순서가 거꾸로 바뀌어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순환보직과 계급제가 특성인 공무원 조직에서 승진 여부가 어느 정도 예측돼야 정상인데 과장급에서조차 빗나가니 혼란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장관의 실질적인 인사권이 보장되지 못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부처의 부담으로 남는다.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장관에게는 책임 행정을 기대할 수 없고 역량이나 전문성, 조직 내 평가 등 인사 원칙도 무너지기 쉽다. 지연이나 학연 등에 의한 낙하산 인사 가능성도 높아진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여전히 권한을 내려 놓지 않고 인사를 좌지우지하다 보니 인사철마다 직업 공무원들이 학연과 지연을 매개로 청와대에 줄을 대거나 정권이 바뀔 때 사표를 내는 식의 비정상적인 풍경이 연출되는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무원제 근간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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