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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자유주의

입력
2017.05.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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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5.18

"무지할 수록 뜨겁다"는 말을 남긴 버틀런드 러셀이 1872년 오늘 태어났다.
"무지할 수록 뜨겁다"는 말을 남긴 버틀런드 러셀이 1872년 오늘 태어났다.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사랑’

을 이야기하며 잠깐 언급했지만, 그의 사랑은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라는 더 큰 전망과 실천 위의 사랑이어서 더 빛났다는 걸 환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인류애가 딛고 선 자리는 그가 끊임없이 회의하며 추구했던 진실(지식)이었다는 사실도 기억돼야 한다. 러셀의 세 가지 열정-사랑, 지식, 연민-이 걸어간 자리는, 다시 말해 끊임없는 흔들리는 회의의 자리였고, 그는 ‘비타협적인’ 자유주의자였다. 그는 51년 12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자신의 자유주의란 “어떤 신념(creed)이라기보다는 기질이나 성향(desposition)에 가까운 것”이라며 “오히려 그것은 신념에 맞서는 개념”이라고 썼다.

교사로서, 무엇보다 자유주의자로서, 그가 견지했던 원칙을 밝힌 게 저 칼럼에서였다. 흔히 ‘자유주의자들의 십계명’이라 불리는 바로 그것이다.

1. 절대적 확신을 경계하라

2. 상반되는 증거를 은폐하면서 추구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다.

3. 부단히 생각(의심)하라.

4. 권위가 아닌 논쟁으로 문제를 극복하라. 권위에 의존한 승리는 허황된 것이다.

5. 타인의 권위에 복종하지 마라. 언제나 상반되는 권위가 있다.

6. 유해한 견해라도 권력으로 억누르지 마라. 네 견해도 그렇게 억압당할 것이다.

7. 네 견해가 유별나다고 위축되지 마라. 인정받는 모든 견해가 한때는 유별났다.

8. 수동적인 동의보다 현명한 반대를 더 기뻐하라.

9. 진실이 불편해도 외면하지 마라. 진실은 감추는 게 더 불편한 법이다.

10. 바보의 낙원이 주는 행복을 부러워하지 마라.

러셀은 ‘서양철학사’에서, 인류의 역사가 상반된 두 극단의 악 즉 독재(tyranny)와 무정부주의(anarchy) 사이를 오갔다고 썼다. 거기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그에겐 자유주의였다. 지난 한국 대선 전후, 광장과 SNS에서 노출된 일부의 섬뜩하리만치 맹목적인 열정들이 러셀의 저 지혜, 그리고 “무지할 수록 뜨겁다(The less you know, the hotter you get)”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오늘(5월 18일)은 145년 전 그가 태어난 날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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