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정권 인수인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황자료도 넘기지 않았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청와대 컴퓨터를 확인한 결과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문제 등 주요 현안이나 인사관련 자료는 물론, 업무 매뉴얼 같은 기본적 문서조차 없다는 것이다. 탄핵사태로 인한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인수인계 문건이 전무한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같은 날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검ㆍ경의 보안감찰 책임자를 소집해 “종이 및 전자문서의 무단 파쇄나 유출, 삭제를 금지하라”고 지시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가 핵심정보 취급 부서에서 정부 이양에 앞서 민감한 문서를 파기할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을 한사코 거부해 무산시킨 것과 지난해 말 청와대가 문서 파쇄기 26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사실에 비쳐 관련 자료 무단 파기 의심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문서 파기 여부와는 별개로 정권 교체과정에서 변변한 인수인계 시스템조차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 다시 박근혜 정부로 넘어올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기록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의혹도 매번 불거졌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은 정상적 국가운영의 모습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규정 위반 조사와는 별도로 정부 인수인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반복되는 논란은 청와대 문서의 인수인계 범위나 방식 등이 현행법 어디에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탓이 크다. 현행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는 모든 형태의 기록 정보 자료는 대통령 임기 종료 전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돼 있다. 또 시행령에는 이관 뒤 남은 기록물은 복구 불가능하게 파기하도록 못박았다. 법에 따르면 떠나는 정부의 청와대가 기록물을 전혀 남기지 않아도 불법이 아닌 셈이다.
후임 청와대가 원활하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새 정부가 참고해야 할 중요한 정보로 판단되면 관련 정보를 넘겨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게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이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기록물의 이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문서 인수인계를 놓고 신ㆍ구 정권이 갈등을 빚는 모습이 더 이상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협의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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