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친구 사귈 수 있을까요?” 올해 서울시내 A대학에 다니는 신입생 최모씨(19)씨는 입학 후 2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함께 다니는 친한 친구가 없어 고민이다. 동기들은 벌써 학과, 동아리 등에서 여러 친구들을 사귀어 함께 놀기도 하지만 최씨는 아직 학교 밖에서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최씨는 “학과 학생회 활동도, 동아리 활동도 안 하다 보니 친구 사귈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친구 사귈 시기를 놓쳐서 학교 생활이 위축되다 보니 더더욱 먼저 다가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직장인도 있다. 지난달 경기도 소재 B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강모씨(29)는 동기와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사교성 있는 편이었던 강씨는 유독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동기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노력해봤지만 그때마다 동화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취미, 관심사가 달라 좀처럼 대화에 진척이 없었다. 강씨는 “역설적이게도 다가갈수록 어색해지는 걸 느껴서 더 이상은 안될 것 같다”며 “이대로 오랫동안 지내기엔 무리겠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에 갓 발을 내디딘 신입생과 신입사원 중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2015년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분야를 조사한 결과 대인관계 문제가 학업, 진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3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 조기퇴사자 중 19%는 대인관계 어려움으로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인관계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당사자의 성격이 주된 원인일 수도 있고, 환경적인 측면이 관계를 맺는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대인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상 허그인 심리상담센터 부원장은 “’내가 무리에 끼지 못하나’란 의문이 들었을 땐 외로운 건지, 소외감을 느끼는 건지, 내 성향과 성격은 어떤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대학생은 학내 상담센터, 직장인은 직장 내 혹은 외부 상담센터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욕심을 버리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신입은 학업, 업무는 물론 대인관계에서도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은 마인드 힐링 심리상담센터 센터장은 “너무 잘 하려는 자세는 대인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며 “본연의 모습으로 조직 분위기에 서서히 흡수될 때 사람들과 편안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센터장은 “직장 내 대인관계의 경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안정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오래 직장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성격의 문제가 아닌 환경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대인관계 장애일지라도 개선의 노력을 보일 수 있다. 가령, 대학 신입생의 경우 장시간 친구들과 함께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교우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다. 이럴 땐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김현정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교수는 “선후배, 동기 등과 약속을 잡거나 동아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만남을 가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그래도 개선이 어렵다면 혼자서 앓기 보단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과도하게 상대방의 기대 혹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원장은 “억지로 다른 사람에 맞춰 가면을 쓰다 보면 언젠간 그 가면이 깨질 날이 올 수 있다”며 “때로는 자기주장과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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