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밖에 나와 마중 파격
김정숙 여사는 후식 손수 마련
‘인삼정과’에 손편지까지 전달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예정 시간보다 50분 넘게 진행
‘협치의 시험대’로 여겨졌던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의 첫 오찬 회동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이 밖에 나와 5당 원내대표들을 직접 맞이하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오찬은 상석이 없는 원탁 테이블에서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을 먹으며 진행됐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오찬은 예정 시간을 50분 넘긴 오후 2시 20분에야 끝났다.
역대 정부 중 가장 일찍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쯤 임종석 비서실장과 상춘재 앞뜰에 나와 제일 먼저 도착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비롯, 김동철 국민의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정우택 자유한국당,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차례대로 맞이하는 등 예우에 신경을 썼다. 과거 회동이 국회 대표단이 먼저 착석하고 난 후 대통령이 입장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원내대표들은 관행적으로 패용하던 이름표도 달지 않았다. 상춘재는 국빈 방문하는 외국 정상들을 만나는 한옥 양식의 부속건물이다.
문 대통령과 원내대표들은 원탁에 둘러 앉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상호 신뢰의 토대를 닦았다. 정 원내대표가 전날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언급하며 “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아 대통령님이 대외적으로 유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발언하자 일동 웃음이 터졌다. 이에 사회를 보던 전병헌 정무수석은 “정 대표님이 대통령님의 레이저를 걱정하시는데 우리 대통령님은 레이저 대신 문라이트(Moonlight), 은은하고 따뜻한 달빛만이 장착돼 있다”고 화답했다. 노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상시적으로 만나겠다는 다짐을 하셔서 오늘 제일 큰 선물을 받고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후식으로 10시간 동안 졸인 인삼정과를 직접 준비한 김정숙 여사는 통합과 협치를 의미하는 조각보에 인삼정과를 직접 싸서 돌아가는 원내대표들에게 손편지와 함께 선물했다. 김 여사는 손편지에 ‘귀한 걸음에 감사 드리며,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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