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등 환경적 요인보다
강물 흐름 막은 것이 큰 문제”
전문가들, 녹조 제거 긍정적 전망
수량 확보 대책 놓고 반론도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월부터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하면서 해마다 반복돼온 녹조 문제가 해결될지 기대된다. 그러나 보를 상시 개방하면 가뭄조절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16개 보와 저수지 96개를 조성했다. 이 사업은 홍수ㆍ가뭄 등 자연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사업 후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4대강의 수질은 악화됐다.
‘녹조 라떼’는 주로 남조류(엽록소를 포함한 박테리아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남조류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함유하고 있는데, 물고기나 농작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돼 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수질환경을 연구해 온 대한하천학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대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한강 386ppb, 낙동강 434ppb, 금강 310ppb, 영산강 196ppb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기준인 1ppb를 수백배씩 웃돌았다. 4대강 사업 이전에 남조류를 체계적으로 측정한 자료가 없어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환경단체들은 보 설치 등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환경 변화로 남조류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보의 상시 방류는 녹조 제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녹조 발생에는 수온과 영양물질, 일사량, 느린 유속 등이 필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유속만 좀 빠르게 해도 녹조가 상당 부분 해소되는 환경이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는 “폭염 등 환경적 요인이 있긴 했지만 근본적 문제는 보를 설치해 강물의 흐름을 막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상시 방류를 통해 물이 지체하지 않고 흐르게 된다면 녹조 제거에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3월 상류 댐ㆍ저수지에 비축된 물을 1∼5일간 흘려 보내 보의 수위를 낮게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 상시 방류 시 가뭄조절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잖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치수로 꼽힌다. 현재 전국 다목적댐의 총 저수량은 59억6,000만㎥로, 예년의 111%, 지난해의 10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충남 서부지역은 가뭄 시 4대강 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본 지역으로 꼽힌다. 보령댐은 지난 3월 봄 가뭄으로 ‘경계’ 단계에 들어선 뒤 도수로를 열어 금강 용수를 하루 평균 10만톤씩 끌어 쓰고 있다. 보를 상시 개방하면 결국 금강의 저수량이 줄면서 보령댐에 공급할 물도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수량이 부족해 하천유지용수를 감량 공급하는 등 긴축 운영을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보를 상시 개방하게 되면 수량 대책에 구멍이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며 “4대강 각 구간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취수ㆍ농업용수 이용을 감안하면 상시 개방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