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보마다 유량ㆍ유속 달라
개별 시뮬레이션 거친 뒤 진행을”
문재인 대통령이 녹조 발생 우려가 큰 6개 보(湺)를 다음 달부터 상시 개방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4대강(한강ㆍ낙동강ㆍ금강ㆍ영산강)에 설치된 16개 보를 아예 전면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거를 하더라도 면밀한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2일 환경운동연합ㆍ녹색연합 등으로 구성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16개 보를 유지ㆍ관리하는 데만 매년 2,000억원이 소요된다. 반면 이들 보를 허무는 비용은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가 3,008억원, 국회 예산정책처가 3,942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환경적인 악영향 측면만 놓고 보자면, 보를 유지하는 것보다 철거하는 게 경제적이란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전문가들은 보 철거 후 빨라진 유속으로 ‘세굴 현상(흐르는 물에 토사 등이 씻겨 파이는 것)’이 본격화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인근 교각 하부의 토사가 씻겨나가 교량이 주저앉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홍 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의 낙동대교, 칠곡보 상류의 철도교 등에 이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퇴적구간이 달라지는 등 또 다른 생태계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보를 철거하려 하다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던 4대강 사업의 폐해가 또 반복될 수 있다”(정동국 한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얘기다.
때문에 보가 정말 수질악화의 주범인지 확실히 검증한 뒤 국민적 동의를 얻어 철거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욱 교수는 “납득할만한 연구 결과와 국민적 동의 없이 철거를 강행하면 또 다시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날 “4대강 민관합동 조사ㆍ평가단을 구성, 향후 1년간 면밀히 관찰한 뒤 2018년 말까지 16개 보에 대한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마다 유량, 유속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별 환경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뒤 순차적으로 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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