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추위, 정책 공론조사 제안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산하 통합정부추진위원회(통추위)를 후보 직속 기구로 격상시키며 통합정부 구현을 위한 청사진을 짜도록 했다. 촛불 정국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산적한 국가 개혁 과제를 실천해나가기 위해서 정부, 국회, 사회 각계에 퍼져 있는 갈등 구조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최종 보고서를 따로 첨삭할 만큼 내용을 숙지하고 있다. 통추위가 제안한 인사 원칙 중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진영을 망라한 대한민국 드림팀”이란 문구는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넣은 것이라고 한다.
통추위가 제안한 정책 공론조사는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왔던 공급자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정책의 수요자인 국민의 참여를 제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단순히 국민들로부터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 받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에게 정책의 최종결정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적 공감대를 명분으로 삼은 정책 공론조사는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 성격도 강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120석으로는 야당이 반대하면 각종 개혁 과제는 국회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개혁과제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 야당을 설득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통추위가 내각에 제안한 분야별 장관회의 상시화는 국정운영에 공동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외교안보통일 분야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운영하는 행태를 벤치마킹해 사회 경제 분야 핵심 어젠다도 협업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통추위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쟁점 사안을 효과적으로 조율하자는 취지로 모두 6가지 분야 중심의 장관회의를 제안했다. 통추위 관계자는 “분야별 장관회의는 별도의 규정 없이 정부와 장관의 의지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추위는 이 밖에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도입됐다가 유명무실해진 국민참여 인사추천제도 부활시키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인사위원회 산하에 국민추천위원회 기구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보고서는 여야 협치 구상을 실천하기 위한 조치로, 집권당부터 당론 투표 강요를 금지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안보분야의 초당적 협력을 위해 대통령 총리 장관뿐 아니라 각 정당과 의회 대표 등을 참여시키는 거국적 안보협의체 구성, 기존의 노사정 위원회를 뛰어넘는 사회적 양극화 논의 시스템 구축도 제안했다.
통추위가 앞서 대국민 소통 방안으로 광화문 대토론회 개최와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 등을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는 점에서 대다수 건의 사항은 실제 국정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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