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아베디, 23세 리비아계 무슬림
극단화 조짐 청년들과 친분 맺고
최근 이슬람 복식에 턱수염 길러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을 입은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자살폭탄 테러의 범인으로 지목된 살만 라마단 아베디(23ㆍ사망)는 맨체스터에서 나고 자란 리비아계 영국인이다. 아베디의 주변인들은 지역 리비아인 무슬림 공동체의 유명인 집안 출신인 그가 최근 테러를 비판한 성직자를 노려보는 등 급격히 극단화됐다고 주장했다.
23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베디는 1994년 맨체스터 태생으로 그의 부모 아부 이스마일과 사미아는 리비아 난민 출신이다. 형제로는 형 이스마일과 남동생 하솀, 여동생 조마나가 있다. 부친인 아부 이스마일은 맨체스터 리비아 공동체의 중심인 디즈버리 모스크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일을 담당하는 유명인사다. 이 공동체의 한 일원은 일간 가디언에 “아부 이스마일은 폭력에 비판적이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살만은 조용한 편이었는데 그가 테러를 저질렀다니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아베디가 최근 극단화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디즈버리 모스크의 이맘 모하메드 사이드 엘사이티는 일간 텔레그래프에 “2015년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집단을 비판하는 설교를 하자 아베디가 나를 노려보며 증오심을 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 예배에 참여하는 일부 청년들이 극단화 조짐을 보였다며 우려했다. BBC는 지인들의 말을 인용해 “아베디가 최근 이슬람 복식을 차려입고 턱수염을 기르는 등 외모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실제 이 공동체 일원인 압달라우프 압델라(24)는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려는 무슬림 청년의 출국에 협조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데, 그의 지인 중 한 명이 아베디였다. 또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은 “아베디가 최근 리비아를 방문했다 귀국한 것으로 보이며 극단주의 무장집단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해 단독 범행이 아닌 테러집단 배후설에 무게를 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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