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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 거치며 권위 추락한 인권위... 정부의 위상 제고 방안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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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 거치며 권위 추락한 인권위... 정부의 위상 제고 방안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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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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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 위상 제고 방안 관련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 위상 제고 방안 관련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높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5일 지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급속히 추락한 인권위 권위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몸 담았던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할 때 지금 인권위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 인권 정책 및 제도 관련 권고 등을 해봐야 다른 기관들이 ‘들은 척도 안 하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인권 관련 전문가들의 호소가 받아들여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인권위가 청와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인권위가 정부기관에 인권정책 및 제도를 개선하라고 304차례 권고를 했지만 받아들인 사안(전부수용)은 13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이런 저런 핑계로 무시를 당했다는 얘기다. “일단은 인권위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인권위는 설명하지만, “사실상 권고를 받는 기관들이 인권위 판단을 무시한 것”이라고 인권 관련 전문가들은 말한다. ‘권고 수용비율을 높이겠다’면서 90일 안에 이행계획을 회신하도록 하고, 권고 후 인권위와 협의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국가인권위법에 만들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동안 추세를 보면, 추락한 인권위 권위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2003~2007년)에서 정책 제도 개선 권고 94건 중 전부수용은 54건으로 56.8%에 달했던 전부수용비율은 이명박 정부(2008~2012년)에서 35.9%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조직으로 바꾸려 시도했고, 안경환 당시 위원장이 이에 반발해 사퇴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후 등장한 현병철 전 위원장이 ‘역대 최악의 인권위원장’으로 꼽힐 만큼 인권위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에는 21건의 권고 중 겨우 4건만이 받아들여졌을 정도였다. 전부수용비율은 박근혜 정부(2013~2015년) 들어 51.5%로 상승했지만, 전직 인권위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은 정치적인 이유로 침묵했다는 걸 감안하면 양만 늘었지 질적으로는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무시됐던 인권위의 권고가 새롭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사회적으로 찬반 대립이 뚜렷하거나, 각 기관이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로 기득권을 내세울 경우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거나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문제나 공권력 관련 사안이 대표적이다.

2012년 인권위가 “살수차를 시위진압용으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니 살수차의 최고 압력이나 최소 거리 등 구체적 사용기준을 부령 이상 법령에 명시할 것”을 경찰청장에 권고했으나, 경찰청장은 “운용지침에 따라 안전한 살수차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수용을 거부한 바 있다. “국제 기준에 맞춰 난민심사비율을 올리라”는 인권위 권고에 법무부는 올 1월 “심사신청 남용, 심사의 신속성 및 효율성 저해, 국경관리체계 불안정이 우려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사안들이 정리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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