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률 낮은 부처 기관장엔 책임 물어
軍 동성애 처벌 폐지 문제 등 파장 예상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 부처에 인권위가 권고한 사항을 최대한 수용할 것을 지시했다. 그간 인권위가 각 부처에 권고했다가 거부된 사안에는 군 형법 내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포함돼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인권경시 태도와 결별하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철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인권위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은 각 정부 기관에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주문하면서 부가 사항만 일부 수용하는 ‘무늬만 수용’ 행태와 수용 여부를 회신하지 않는 행태를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인권위의 권고 수용률이 낮은 부처는 기관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은 향후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며 “우선적으로 각 국가기관 내지 기관장 평가 항목의 하나로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 도입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가 강제성이 없다 보니 다른 기관이 이를 무시하는 행태를 바로 잡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인권위 권고에 강제적 성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인권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인권위로부터 정례적으로 특별보고를 받고 부처 내 인권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법상 인권위는 대통령에게 특별보고를 할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점차 형식화돼 박근혜 정부에서는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인권위가 그간 법무부와 국방부에 권고한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 및 군내 동성애 처벌 조항인 군형법 92조 폐지 등 동성애 관련 권고가 수면 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군 내 동성애 허용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군 동성애 허용 문제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조국 민정수석은 인권 침해 사례가 빈번해 개선이 필요한 기관으로 경찰과 구금 시설을 꼽으며 경찰에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조 수석은 “경찰의 경우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염원을 피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필수적 전제 조건으로 인권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인권’ 문제를 고리로 검경 수사권 조정도 공식화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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