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홍보로 성장 ‘청년장사꾼’
12시간 일시키며 최저임금도 안줘
‘해고돼도 이의제기 안 하겠다’
불합리한 근로계약서 조항까지
업체 “보완해서 새로 계약” 해명
“저희는 청년 직원들에게 어떻게 더 잘해줄까를 고민합니다.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철학 때문입니다.”(청년장사꾼 대표 김모씨)
‘청년들에게 창업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홍보를 앞세워 창업 5년 만에 연 매출 30억원대 회사로 성장한 요식업체 ‘청년장사꾼’이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겠다’는 공언과 달리, 회사 홍보 내용을 보고 찾아온 청년들의 열정을 일방적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원성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2012년 10월 튀김판매식당 ‘열정감자’의 문을 열면서 요식업계에 본격 진출한 이 회사는 그 동안 각종 언론매체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열정으로 뭉친 청년들이 만들어 가는 회사’로 주목을 받아왔다. 창업을 해보겠다는 목표를 가진 젊은이들을 채용해, 이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함께 커가겠다는 구상을 앞세웠다. 실제 상당수의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하나 둘씩 회사로 몰려들었고, 지금은 직영매장 11개를 운영할 정도로 덩치를 키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장사를 배우고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입사한 청년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에 놀랐다”고 아우성이다.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12시간 동안 일을 하면서도 기본급은 최저임금(월 135만여원)에 미치지 못하는 120만~130만원 정도. 시간당 최저임금인 6,470원으로 계산을 하더라도, 실질적인 월급은 320만원 정도가 돼야 하는데, 이들에게 쥐어지는 월급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식당이라 근로시간 중간중간 제대로 쉴 틈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휴가는 언감생심이다. 법적으로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에게는 한 달 일할 때마다 유급연차휴가를 주도록 돼 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직원은 “지각을 3개월 안 하면 하루 월차를 쓸 수 있게 해주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한 번 지각하면 바로, 휴가가 날아가게 된다”고 털어놨다.
근로계약서 자체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25일 본보가 확보한 계약서에는 휴가 규정이나 근로시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해고가 됐을 때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불합리한 조항들이 있을 뿐이다. 최재원 노무사는 “특히 해고에 대한 이의제기를 막는 건 전형적인 고용주의 ‘갑(甲)질’”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불합리함을 지적하고자 하는 직원에게 회사는 ‘협박’으로 대처를 했다. 불만을 제기하면서 퇴사를 하는 경우 “(앞으로) 장사하면 나를 마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을 대표로부터 들어야 했고, 이 때문에 대부분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지 못한 채 말없이 사표만 냈다는 게 전직, 현직의 공통된 증언이다.
청년장사꾼 측은 “많은 친구(청년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창업이라는) 목표만을 생각하고 달려가다 당연히 지켜야 할 부분을 철저히 지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루하루 생존을 핑계로 장사에만 매진하느라 노무 관련 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해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이후 새롭게 보완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직원들과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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