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통해 ‘모든 옵션 검토’ 입장 밝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워싱턴을 찾은 일부 한국 인사들이 미 당국자들을 만난 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내놓은 발언 내용을 미 국무부가 적극 반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북 유화정책을 주장하는 이들이 미 정부 설명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고 일부 언론이 그대로 전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미 중인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25일 “미국 정부가 북한을 강력한 제재로 압박하되 결국 문제는 ‘대화’를 통해 푼다는 북핵 해법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4대 기조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 설명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미 밝힌 정책과 대부분 일치하지만, 군사옵션이 완전 배제되고 ‘대화가 최종 해결책’이라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국무부는 이날 오후 김 의원 발언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자, ‘미국의소리’(VOA)의 질의에 대한 논평 형식으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해명했다. 당장은 외교ㆍ경제적 압박으로 대화를 모색하는 방안이 우선이지만, 군사옵션이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한국 국회의원들이 국무부로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4대 대북 기조를 전해 들었다고 밝힌 데 대해, “사적인 외교 대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VOA는 미 국무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관영 언론이다. 정권의 나팔수인 제3세계 관영언론과 달리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보도 내용은 미국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일부 한국 언론과 인사들의 발언을 VOA를 통해 반박하는 사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쩍 늘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지난 16일 발언과 홍석현 대미 특사의 발언이 한국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해석될 조짐을 보일 때마다 ‘미국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는 논평을 계속 내놓고 있다. 워싱턴 관계자도 “제프 플레이크(공화), 팀 케인(민주) 상원의원이 25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모든 옵션을 검토하는 걸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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