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0주년을 맞은 칸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어느 해보다 더 화려하고 떠들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2일간의 영화 축제는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하고 조용했다. 2년 사이 파리와 니스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예년에 비해 관광객이나 영화 구입업자들의 발길이 잦아든 탓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화제 기간 인근 국가인 영국 맨체스터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지나치게 조용하다 싶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제가 진행됐지만 필름마켓을 중심으로 한 영화 판매와 홍보 경쟁만큼은 그 어느 때 못지 않게 뜨거웠다.
칸의 중심부부터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영화제 중심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 맞은 편 건물 벽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포스터로 장식된 대형 옥외광고가 들어섰다. ‘옥자’의 투자사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다. 극장과 온라인 동시 상영을 영업전략으로 내세운 넷플릭스 영화 ‘옥자’와 ‘더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스’(감독 노아 바움벡)의 경쟁부문 진출에 프랑스 극장업계에 반대한 것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되는 광고다.
‘옥자’ 포스터는 건물 양면에 배치돼 있는데 이 옥외 광고를 위해서만 넷플릭스는 1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옥자'의 대형 포스터는 위화감이 들 정도로 강렬하다"며 "필름마켓에서 세일즈를 할 필요 없는 넷플릭스의 초대형 광고는 칸영화제 조차 미국의 거대한 자본에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라고 해석했다. '더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스'도 스타들이 묵는 5성급 호텔 인근에 옥외 광고를 했다.
한국영화들도 해외 영화 구매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광고비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도 칸영화제 기간 중 매일 발행되는 할리우드리포트, 스크린 데일리 등 영화 전문지 광고와 옥외 광고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사려 했다.
영화전문지 한 페이지 전면 광고비는 1,000만원~2,000만원대다. 영화제 초반 전문지 대부분에 광고를 했으니 편당 광고비만 수천만원이다. 옥외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억대의 비용이 발생한다. '불한당'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칸영화제 필름마켓이 세계 최대 규모이기에 영화 판매를 위해 광고를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화 판매와 구매 상담을 하기 위한 공간인 마켓부스도 칸영화제 ‘쩐의 전쟁’의 일면을 보여준다. 1평 남짓한 공간에 5,000만원 가량의 ‘자릿세’를 내야 한다. 올해 필름마켓에 참가한 곳은 CJ엔터테인먼트, NEW, 화인컷, 엠필름 등 총 9개 업체다. 국내 업체가 마켓부스 공간 확보를 위해 들인 돈만 5억원을 넘는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도 한국관 운영에 2억5,000만원을 들였다. 전윤형 영진위 산업진흥본부 유통지원팀장은 "업체는 특별한 거래가 없더라도 막대한 돈을 들여 마켓부스를 열 수밖에 없다"며 "해외 구매업자들이 회사가 문을 닫았다고 생각하는 등 한국영화의 이미지 훼손으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칸=글ㆍ사진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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