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 대회 호주오픈 경기장으로 유명한 ‘마가렛 코트 아레나’가 논란에 휩싸였다. 마가렛 코트 아레나는 통산 24차례 그랜드슬램 대회 타이틀을 차지한 호주의 여자 테니스 ‘전설’ 마가렛 코트(75)의 이름을 딴 경기장이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2일(한국시간) 호주의 마가렛 코트 아레나 논란을 보도했다. ☞관련기사
호주 일간지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안에 마가렛 코트가 보낸 항공사 이용 거부 공개서한이 사건의 발단이다. 호주 국적항공사인 ‘콴타스 항공’이 동성 결혼을 옹호한다고 밝힌 데 대해 코트가 공개적으로 비판을 한 것이다. 코트는 “콴타스가 동성 결혼을 옹호한 데 실망했다”며 “결혼은 성서에 명기된 대로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코트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테니스는 레즈비언 판이다”라고 말하고 호모섹슈얼을 ‘악마’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여자 테니스의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1ㆍ미국)는 코트가 경기장 이름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나브라틸로바는 “LGBT(성소수자)와 나치, 공산주의자, 악마를 연결시키는 코트의 발언은 옳지 않다”며 “코트는 엄청난 테니스 선수이지만 차별주의자에 동성애혐오자”라고 말했다. 호주 테니스 선수 캐시 델라쿠아(32)도 “그만하면 됐습니다”라는 비판의 글과 함께 2013년 코트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편지는 델라쿠아의 아이가 동성관계 속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개탄하며 “아이에게 아빠가 없어 슬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호주 여자테니스 랭킹1위 사만다 스토서(33)는 마가렛 코트 아레나에서의 호주오픈 보이콧을 암시했다. 스토서는 프랑스 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후 인터뷰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코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내년 호주오픈에서 어떤 선수가 그곳에서 경기를 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남자 세계랭킹 1위 앤디 머레이(30ㆍ영국)도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며 개명을 압박했다. 머레이는 “코트의 동성 결혼에 대한 입장 표명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며 “경기장을 개명할 것이라면 내년 호주오픈이 열리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선수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라디오 방송에서 “사람들이 마가렛 코트의 동성결혼에 대한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마가렛 코트 아레나는 테니스 선수로서 그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곳”이라고 일축했다. 호주테니스연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테니스 전설로서 마가렛 코트의 성취와 경기 기록을 존중한다. 그녀의 개인적 견해는 그녀의 것일 뿐이며 평등과 포용, 다양성을 추구하는 호주테니스연맹의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도 경기장 명칭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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