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고 제주 농가 고병원성 확진
최대 7개 시도 전파 가능성
악몽 재현에 방역 당국 비상
중앙사고수습본부 등 설치키로
지난 겨울 사상 최대 피해를 낸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이 재현될 조짐이다. 지난달 말 전북 군산에서 발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H5N8형’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판명되며 이미 판매 경로를 따라 최대 7개 시ㆍ도로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검역당국이 지난 2일 최초 AI 의심 신고를 한 제주시 애월읍의 토종닭 농가에 대한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AI 발원지로 추정되는 전북 군산 A농가에서 오골계 500마리를 사들여 재래시장에 유통한 제주 지역 유통상인의 농가도 같은 유형의 고병원성 AI로 확인됐다. ‘AI 청정지역’이던 제주에선 지난 1월 야생 조류에서 고병원성(H5N6)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있지만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전국적인 AI 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6일 0시부터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농가에 오골계를 판매한 군산 농가로부터 오골계를 구입한 다른 농가들도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A농가와 역학 관계가 있는 지역은 5일 기준 제주, 경기, 충남, 전북, 경남, 부산, 울산 등 총 7개 시ㆍ도로 늘었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군산 농장에서 오골계가 공급된 지역이 기존 제주, 경남 양산, 경기 파주, 부산 기장 4곳에서 경남 진주, 충남 서천, 전북 군산ㆍ전주까지 더해 8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또 부산 기장에서 토종닭을 공급받은 울산 울주군 소재 한 농가도 간이키트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AI가 판매 경로를 따라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있다. 군산 A농가는 오골계 총 3,600여마리를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부산, 경기 파주, 경남 양산ㆍ진주, 충남 서천, 전북 전주ㆍ군산ㆍ정읍 등이다. A농가에서 방문 판매가 이뤄졌거나 구입처가 불분명한 개체도 600여마리나 된다.
게다가 A농가 농장주는 5월 중순 의심 증상이 발견된 후에도 판매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A농가 농장주는 4월 충남 계룡의 한 부화장에서 오골계 병아리 6,900마리를 들여왔다. 5월 17일 혈변이 발견되고 폐사하는 닭이 늘어나는 등 AI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 정읍 농가로 판매한 오골계 150마리 중 30마리가 폐사해 나머지 개체를 지난달 19일 반품 받기도 했다. 그러나 농장주가 수의사를 부른 건 5월 30일이었고 그 사이에도 오골계는 계속 판매됐다. 사실상 보름 가까이 방역 ‘무방비’ 상태였다는 뜻이다.
보통 AI 바이러스는 겨울철에 생명력이 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름철에도 확산될 수 있다. 2014년 7월, 2015년 6월까지 AI가 지속된 전례도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AI가 발생한다.
농식품부는 위기경보 상향에 따라 AI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AI 확산을 막기 위해 전통시장 및 가든형 시장의 생닭 거래가 일체 금지된다. 7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 일시이동 중지 명령이 발동된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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