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도발 부상 군인 등 배려
국가유공자 아들 소감 발표하자
직접 손 잡고 자리 안내 예우도
6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은 자리배치부터 이전과 달랐다. 통상 대통령 곁에 4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이 앉았던 예전과 달리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좌우로 2년 전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때 부상을 입은 김정원ㆍ하재헌 중사와 국가유공자 박용규씨 등이 앉았다. 문 대통령이 현충탑에 헌화와 분양을 할 때도 상이군경을 비롯해 광복회장과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장, 4ㆍ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등이 함께했다.
정부는 앞으로 대통령 참석 국가 행사에서 의전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훈포장 수여식에는 해당자들의 가족들이 함께 참석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행사 시작 때도 장관 등 내빈 등이 대통령을 맞았던 전례를 바꿔 행사에 상징성을 띤 인사들이 대통령과 함께 입장할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 기념 행사의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에 이를 기리거나 축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6ㆍ25전쟁 당시 포병으로 근무한 국가유공자 박용규씨를 대신해 유공 증서를 받은 아들 종철씨의 소감 발표가 끝나자 예정에 없이 박씨 부자에게 다가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종철씨와 함께 박씨의 손을 잡고 직접 자리로 안내하면서 예우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유족인 김소형씨 편지 낭독이 끝난 뒤 김씨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위로한 바 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정국상황과 관련해 여야 지도부 간 뼈 있는 말이 오고 가기도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념식 도중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내 정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운을 떼자, “정 대표님만 도와주시면 술술 풀릴 것 같다. 잘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강성 야당’을 표방하며 청문회 정국에서 대대적 공세를 예고한 데 따른 견제구 성격이 강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정 권한대행에게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노 원내대표는 “연임이 되셨으니 한턱 내라”는 정 권한대행의 언급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라 곳간만 비운 게 아니고 직전 집권당 곳간도 다 비우셔 곤궁하신가 보다”라고 맞받아쳤다고 추 대표는 전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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