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를 양분하는 유럽과 남미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패권을 놓고 다툰다.
준결승 대진은 남미의 우루과이-베네수엘라(8일 오후 5시 대전), 유럽의 잉글랜드-이탈리아(8일 오후 8시 전주)로 짜여졌다. 역대 U-20 월드컵에서 남미, 유럽 팀끼리 4강을 치러 결승에서 두 대륙이 맞붙은 건 1979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다. 공교롭게 두 번 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다. 1979년은 소련이, 2007년은 체코가 준우승했다.
2009년 이집트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참가 만에 준결승 무대를 밟은 베네수엘라는 다크호스다. 5경기에서 13골을 넣어 참가국 중 최다 득점포를 가동 중이다. 세르지오 코르도바(20ㆍ카라카스)는 4골로 이탈리아 리카르도 오솔리니(20ㆍ아스콜리)와 득점 공동 선두다. 베네수엘라 핵심 미드필더 스페인 프로축구 말라가 소속의 아달베르토 페나란다(20)를 지켜 본 국내지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축구였으면 저 선수는 벌써 사장됐을 것”이란 말이 오갔다고 한다. 수비 가담이 거의 없고 드리블만 욕심 내기 때문이다. 조별리그부터 베네수엘라 경기를 쭉 관전한 정정용 U-18 대표팀 감독은 “베네수엘라는 선수 각자 뚜렷한 특징을 지녔는데 감독이 선수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장점을 살려 잘 융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는 파괴력 넘치고 조직력도 단단하다. 6골을 넣었는데 두 골 이상 득점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전원 기량이 고르다. 로드리고 아마랄(20ㆍ인나시오날 몬테비데오)은 날카로운 왼발 킥을 자랑한다. 두 팀은 올 2월 남미 예선에서 한 차례 맞붙어 베네수엘라가 3-0으로 이겼다. 우루과이는 남미 예선을 1위로 통과했는데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설욕을 벼른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자존심 싸움도 흥미롭다.
잉글랜드는 매 경기 5~6명씩 선수를 교체하면서도 기복 없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선수 전원이 일정 기량을 갖췄다는 의미다. 김남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잉글랜드는 공수 전환이 빠르고 전진 패스가 정확하다. 매끄럽고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한다”며 “출전 팀 가운데 가장 수비가 좋은 이탈리아를 잉글랜드가 어떻게 공략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두 팀은 작년 7월 유럽 예선 준결승에서 만나 이탈리아가 2-1로 이겼다.
잉글랜드의 또 다른 강점은 체력이다. 16강과 8강 모두 90분 안에 승리한 잉글랜드와 달리 이탈리아는 16강에서 프랑스에 진땀 승을 거뒀고 8강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잠비아를 눌렀다. 반면 개최국 한국과 같은 조였던 잉글랜드는 ‘비단길’을 걸어왔다. 한국이 조 1위를 했을 경우를 가정해 이동을 최소화하고 충분히 휴식할 수 있게 짜놓은 일정을 잉글랜드가 대신 소화하고 있다.
준결승 대진을 보면 조금 씁쓸해진다. 네 팀 중 두 팀은 한국이 이겨봤던 상대다. 한국은 대회 개막 직전 평가전에서 우루과이를 2-0으로 눌렀고 작년 11월 수원 컨티넨탈컵에서는 잉글랜드에 2-1로 승리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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