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이 내세우는 여행 테마는 감성이다. 소설가 이외수가 2006년부터 터를 잡은 상서면 다목리의 ‘감성마을’에서 힌트를 얻었다.
경남 함양 태생인 작가가 화천, 그 중에서도 첩첩 산중 다목리에 자리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2일 약속 없이 찾아간 감성마을에서 외출 준비 중에도 반갑게 맞아준 작가에게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작가는 글을 쓴 자리가 고향입니다. ‘완전변태’에는 파로호가 등장하고,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도 화천이 배경이죠. 함양에서 강원도로 이주했을 때 첫발을 디딘 곳도 화천입니다. 군 복무중인 아버지를 따라 3학년 때 신풍국민학교(2000년 화천초등학교에 통합)로 전학했으니까. 40년간 춘천에서 활동했는데, 문학과 문화의 가치를 알아준 전임 군수의 설득도 컸고.” ‘감성마을’의 의미도 밝혔다. “다목리는 원래 동물과 식물이 주인인 자연의 땅입니다. 그 자연의 감성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자로 감히 자처한 것뿐이죠.” 그래서 그는 다목리의 멧돼지, 수달, 두루미를 각각 육해공군 참모총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문학관까지 찻길이 나 있지만 약 400m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감성산책로’를 걷는 게 정석이다. 작은 계곡에 청아한 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 가득하다. 오솔길 양편의 ‘시석(詩石)’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그의 작품에서 뽑아낸 감성 가득한 문구를 새긴 돌들이 이어져 있다. 일명 ‘나무젓가락체’로 알려진 ‘이외수목저체’로 쓴 글자 하나하나도 작품이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철문과 마주한다.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를 9년간 감옥에 가둔, 작가의 고통을 상징하는 문이다. 57권에 이르는 그의 소설 초판 출판본과 다양한 서화 작품도 볼 수 있다. 나무젓가락으로 그린 수묵화를 비롯해 젓가락 자체가 소재인 작품까지, 기인이라는 평가만큼 다재다능한 작가의 모습이 전시실 가득 펼쳐진다. 여기에 그의 열렬 팬이라는 해설사의 설명까지 곁들이면 ‘감성충만’ 나들이가 완성된다.
2012년 8월 개관한 이래 문학관 방문객은 12만명을 넘었다. 화천에서도 오지인 이곳까지 사람을 모으는 최대 비결은 대한민국1호 생존작가 문학관이라는 사실이다.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고, 만져볼 수 있고, 포옹할 수도 있다는 게 장점이죠. 전시물도 모두 진품, 작가도 진품입니다. 하하하”
문학관은 매일 오전 10시 문을 열고, 매주 월ㆍ화요일 휴관한다. 오는 8월 화천군이 주최하는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이 올해는 이곳 감성마을에서 열릴 예정이다.
화천=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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