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4 비율로 갈린 미국 여론이 8일(현지시간) 이뤄질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상원 정보위원회 증언을 주시하고 있다. 60% 남짓인 민주당 지지자 및 중도성향 시민들은 코미 전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행위를 증언, ‘탄핵의 불’을 댕겨주길 기대하고 있다. 나머지 트럼프 지지자들은 ‘비열한 배신자’ 코미 전 국장이 불리한 증언으로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파를 가리지 않는 높은 관심 때문에 미국 언론은 ‘코미 증언’을 연간 최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슈퍼 볼’(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수준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CNN은 “ABC와 CBS, NBC 등 미국 지상파 3사가 일제히 생중계에 나설 정도로 ‘대박’ 시청률이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시내 주점과 음식점들도 ‘코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많이 찾는 ‘셔우즈 태번’ 등은 청문회 시작 30분전인 오전 9시30분에 문을 열고 보드카를 팔 계획이다. 이는 평소보다 1시간30분 빠른 개점시간이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는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6일 보도에서 코미 전 국장의 지인들을 인용, 대통령의 치부를 밝히는 내용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WP는 “역사적인 증언에서 코미 전 국장은 기밀누설이나 ‘대 러시아 유착 의혹’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을 최대한 명쾌하게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의 코미 전 국장에 대한 충성 서약 요구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 요청 ▦대통령의 수사 압력에 대한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과의 대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예상했다.
트레이시 슈몰러 전 상원 법사위 전문위원은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의 법무부에 대한 부당 간섭을 증언했던 것처럼, 코미 전 국장이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행위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FBI 국장의 품성을 낮춰보는 쪽에서는 다른 예상이 나온다. 보수성향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찰스 클라우트해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법방해를 증언하는 순간 코미도 대통령의 압력을 받고도 사퇴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치적) 처신에 밝은 코미 전 국장은 모호한 수사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문회에 질문자로 나설 공화ㆍ민주당 의원들 태도도 180도 다르다. 마크 워너(버지니아) 등 민주당 의원들은 코미 전 국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직책상 직속 상관인 세션스 법무장관,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나눈 대화 내용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또 ‘코미 국장 업무 처리가 잘못됐다’는 메모를 작성해 대통령의 해임 조치에 명분을 제공한 로즌스타인 부장관을 따로 증언대에 세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주장대로 코미 전 국장이 ‘대통령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따질 계획이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코미 전 국장의 이중적 처신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로 쪼개진 미국 여론과 증언 내용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청문회가 트럼프 대통령 운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단하기 어렵다. 또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의 증언이 나오더라도, 미국 제도의 특성상 야당인 민주당이 즉각 탄핵에 나설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워싱턴의 정치평론가인 케이스 코플러는 ▦(탄핵이 이뤄질 경우)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 가능성 ▦2020년 대선에 (인기 없는) 트럼프가 나서는 게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의회전문지 더힐은 이날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이 탄핵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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