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판독(VAR)과 종료직전 동점골, ‘ABBA(아바)’ 승부차기까지.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우루과이의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결승은 각본 없는 드라마의 향연이었다. 난타전 끝에 결승 무대의 주인공은 베네수엘라로 결정됐다. 베네수엘라는 전ㆍ후반 연장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베네수엘라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16강이었다. 새 역사를 쓴 라파엘 두다멜(44) 베네수엘라 감독과 선수들은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선제골은 우루과이의 몫이었다.
후반 3분 베네수엘라 조수아 메지아스(20ㆍ카라보보)가 우루과이 아구스킨 카노비오(19ㆍ페닉스)에게 페널티 박스 안에서 깊은 태클을 걸었다. 주심은 그대로 넘어갔지만 비디오 부심 의견을 들은 뒤 직접 화면을 확인하고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디에고 데 라 크루스(20ㆍ리버풀몬테비데오)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성공했다.
0-1로 끌려가던 두다멜 베네수엘라 감독은 후반 31분 이번 대회 4골을 기록 중인 세르지오 코르도바(20ㆍ카라카스)를 빼고 사무엘 소사(18ㆍ데포르티보 타치라)를 넣어 승부수를 던졌다. ‘신의 한수’였다. 소사는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 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에서 득점이 나오지 않아 이번 대회 두 번째 승부차기가 벌어졌다.
우루과이가 선축에 나섰다. 우루과이는 지난 4일 포르투갈과 8강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이겼다. FIFA는 과거 A팀(선축), B팀(후축)이 번갈아 차는 ‘ABAB’에서 이번 대회부터 A팀 첫 번째 키커 이후 B팀이 두 번 차고 다시 A팀이 두 번 차는 ‘ABBA(아바)’ 방식으로 바꿨는데 첫 번째 수혜자가 우루과이였다. 당시 우루과이 골키퍼 산티아고 멜레(20ㆍ페닉스)는 포르투갈 5,6,7번의 킥을 잇달아 막은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하지만 준결승전 상대 베네수엘라는 달랐다. 베네수엘라는 멜레의 스타일을 꿰뚫고 있었다. 멜레가 움직이는 걸 끝까지 본 뒤 침착하게 반대 방향으로 공을 찼다. 또한 베네수엘라에는 이번 대회 최고 거미손으로 꼽히는 수문장 윌커 파리네스(19ㆍ카라카스)가 버티고 있었다. 파리네스는 우루과이 2번 키커의 슛을 쳐낸 데 이어 선제골의 주인공인 5번 키커 데 라 크루스의 킥까지 방어하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3ㆍ4위전(오후 3시30분)과 결승전(오후 7시)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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