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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 한국 노동자들은 왜 ‘야근좀비’가 되는가

입력
2017.06.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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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 근로시간 특례제

장시간 노동 유발 대표적 관행

정부 자의적 해석탓 주 68시간도 가능

일본보다 두달 더 일해도 임금은 3/4

밥 먹듯 하는 야근과 휴일근무, 상한이 정해져 더 받지도 못하는 추가근로 수당,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한국일보 자료사진
밥 먹듯 하는 야근과 휴일근무, 상한이 정해져 더 받지도 못하는 추가근로 수당,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 취업자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 번째로 긴 2,113시간이다. 2015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1,766시간으로 우리나라가 347시간이나 많았다. 한국 노동자는 일본보다 2.2달 더 일하고도 임금은 4분의 3 수준으로 받고 있으며, 독일과 비교하면 무려 4.2달을 더 일하고도 실질임금은 70%, 시간당 임금으로 따지면 절반수준에 그친다. 정시 퇴근과 일ㆍ가정 양립, 초과근무 제한 등을 방해하는 제도들이 얽히고 설켜 세계 최장시간 노동이라는 고질병을 낳는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대표적 관행이다. 근로기준법엔 근거가 없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인정돼 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보상 즉 급여나 수당은 실근로시간에 따라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상시적인 연장, 휴일, 야간근무가 예상되는 업종에서 시간 산정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예측, 합산해 지급하거나 아예 각종 법정수당을 합한 총액을 월급으로 지급하는 실무상 관행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09년 사업체패널 조사에 따르면 매일 연장근로를 하는 곳의 40.6%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또 다른 복병은 근로시간 특례제도다. 업무 특성상 연장근로시간이나 휴게시간의 한도를 규제하기 어려운 업종에 한해 그 한도를 없앤 제도인데, 특례라는 말이 무색하게 광범위한 직종에 적용되고 있다. 당초 1961년 입법 당시 지정한 12개 업종의 고용비중은 1993년 전체의 37.7% 수준이었으나, 2010년 기준 52.9%에 달한다. 이를 10개 업종으로 줄이기로 한 노사정 합의가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갈등과 맞물려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하루 8시간)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12시간 연장근무가 허용돼 한도는 주 52시간으로 늘어나고, 여기에 더해 “1주일을 평일 5일”로 해석하는 고용노동부의 자의적 행정해석 탓에 최대 68시간(주중 40시간+연장 12시간+주말 16시간)을 근무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제는 말뿐, 처벌 없는 탈법적 장시간 노동이 계속돼 왔다.

이는 휴일수당을 추가 할증하지 않는 수당 계산법으로도 이어져, 노동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휴일근로에 대해 휴일 할증과 연장 할증으로 각 50%씩 통상임금의 100%를 추가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자 측의 주장이지만, 고용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50%만 할증하고 있다. 기업들이 추가고용 없이 근로시간을 연장해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이유다. 최근 재판에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통상임금의 100%를 수당으로 얹어줘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오고 있지만, 관련 사건 10여건이 계류된 대법원에서는 아직 판례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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