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들의 ‘대 러시아 유착의혹’ 수사를 지휘하다가 전격 해임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8일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증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를 즉각 반박하고 나선데다가, 코미 전 국장이 대통령과의 대화 메모를 고의로 언론에 유출시켰음을 시인해 양측간 진실공방으로 번질 태세다. .
코미 전 국장은 이날 육성증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중단을 명시적으로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거듭된 그의 ‘요청’을 ‘명령’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대러 유착 의혹 수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 수준의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정치권은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사법방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FBI 국장직을 유지시켜주는 대신 대가를 얻으려 했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메모로 기록한 배경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가 우리의 만남의 성격에 대해 거짓말할 것을 우려했다”며 “그래서 그것을 기록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과 나눈 대화가 사법방해의 노력에 해당하는지는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 라거나 “내 기억이 틀릴 수도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다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코미 전 국장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마크 카소위츠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공식이든, 실질적이든 코미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플린 전 보좌관을 포함한 누구에 대한 수사도 코미에게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덧붙였다.
코미 전 국장의 ‘충성 맹세’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코미 전 국장의 증언 전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섬에 따라 러시아 스캔들 수사중단 논란은 ‘진실 게임’으로 변질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기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백악관 회동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등 보수진영은 특검 수사를 유도하기 위해 코미 전 국장이 대통령과의 대화 메모를 언론에 유출시켰다고 시인한 부분을 ‘중대한 기밀유출’이라고 문제 삼고 나섰다. 미국 언론도 사법방해 논란과 함께 코미 전 국장의 행동이 기밀유출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도 정파간 갈등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단체인 ‘믿음과 자유 연맹’이 주최한 워싱턴 컨퍼런스의 연설에서 “우리는 싸워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미 전 국장의 증언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포위되어 있지만 어느 때보다 더 크고, 잘하며,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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