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직장인 탄력근무 신청 후
식당서 동료들과 함께 TV 시청
‘FBI 조식’ 등 특별 메뉴도 등장
8일(현지시간) 오전 이뤄진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역사적 증언은 많은 미국인의 평범한 목요일 일상을 바꿔놨다. 상당수 직장인은 탄력 근무를 신청, 사무실 부근 카페ㆍ레스토랑에서 동료들과 가벼운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증언을 지켜봤다. 주부들도 자녀를 학교에 보낸 뒤 TV에 집중, 마치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시즌을 연상케 했다. 이날 미국에서는 ABC와 CBS, NBC 등 지상파 3사는 물론이고 주요 케이블TV가 일제히 청문회를 생중계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 의사당 주변 주점에는 청문회 시작 1시간 이전부터 손님들로 붐볐다.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몰리는 ‘셔우즈 태번’ 은 특별 메뉴로 손님을 맞았다. 'FBI 조식', 'FBI 샌드위치', '러시안 보드카', 그리고 휘핑크림과 시나몬이 들어간 '코브피피(covfefe) 커피'가 메뉴판을 장식했다. '코브피피'(Covefefe)는 한달 전만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단어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오타에서 비롯됐다.
의회 직원들이 자주 찾는 ‘유니언 펍’도 청문회 관람객으로 붐볐다. 이 주점은 사전에 ‘코미 전 국장 증언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반박하면 음료 값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 많은 손님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식당 문이 열린 오전 9시30분 이전부터 기다려 입장한 대니 로빌라드(42)는 “다른 사람과 함께 청문회를 즐기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똑같이 관심을 쏟았지만, 코미 전 국장의 증언에 대한 시민 반응은 정파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이트린 맥키(35)는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른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보수성향 시민들은 상원 청문회를 ‘리얼리티 쇼’에 비유했다. 스스로를 베트남 참전용사로 소개한 칼 라이언은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은 ‘망할 선동’일 뿐이며,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고 해도 트럼프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의 평가도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9일자 사설에서 코미 전 국장의 용기와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청문회 질문을 통해 대통령 엄호에 나선 공화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다만 두 신문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 탄핵 필요성이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보수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코미 전 국장이 진실을 알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청문회에 나섰다”고 공격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