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3년 247일간 이끈 FBI는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를 총괄하는 미국 최고의 수사기관이다. 독립성도 절대적으로 보장돼 의회나 대통령이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힘이 센 만큼 정치적 영향력도 큰 조직이기에 역대 국장은 늘 정치권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다.
코미도 임기 내내 정치권과 부딪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대선을 전후해 ‘워싱턴 드라마’의 주연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을 수사했고 불기소 권고를 했지만 선거일에서 불과 11일 전 재수사를 발표해 판을 흔들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호한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했고 12월에 다른 정보기관들과 함께 이를 공개했다. 클린턴은 코미의 이메일 재수사 발표가 자신의 패인 중 하나라고 비난했고,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코미를 ‘쇼보트(showboatㆍ과시꾼)’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저항한 코미의 강직함을 강조하는 이들도 많다. 2004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법무부 부장관이던 그는 로버트 뮬러 법무장관과 함께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국내 감청 권한을 연장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시도에 직책을 걸고 반발해 좌초시켰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소신파로 이름을 날린 그를 FBI국장 자리에 앉힌 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8일 상원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FBI가 혼란스럽다고 말하면서 나와 FBI를 공격했다. 명확한 거짓말이다”이라고 대통령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오바마는 비록 코미의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결정에 분노를 터트리기는 했지만, 그가 임기 중 FBI국장이 된 코미와 단둘이 대화한 건 단 두 차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을 포함해 4개월간 코미와 3차례 독대하고 6번 통화했다. 코미는 트럼프와 처음 일대일로 만난 직후부터 모든 만남을 메모로 남겼다며 이는 오바마 때는 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했다. 이 메모가 자신과 FBI의 수사권 독립을 지켜주고, 트럼프의 ‘수사권 침범’을 증명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것일까.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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