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새끼 사자’들이 조국에 51년 만에 월드컵 트로피를 안겼다.
잉글랜드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서 ‘돌풍의 팀’ 베네수엘라를 1-0으로 눌렀다. 전반 35분 터진 칼버트-르윈(20ㆍ에버턴)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켰다.
‘삼사자 군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이다.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에서 늘 우승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정작 정상에 선 건 자국에서 벌어진 1966년 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폴 심프슨(51) 잉글랜드 감독은 결승에 오른 뒤 ”내가 태어난 1966년이 마지막 우승이었다. 51년 만에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잉글랜드 현지에서도 이번 U-20 대표팀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실제 잉글랜드는 지난해 7월 유럽 예선에서 3위에 그쳤다. 역대 U-20 월드컵 최고 성적도 1993년 3위다. 아르헨티나, 기니, 개최국 한국과 ‘죽음의 조’에 속해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첫 판부터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당시 경기 초반 완전히 밀리던 흐름을 세트피스에 이은 다이빙 헤딩 한 방으로 바꿔놓은 선수가 칼버트-르윈이다. 그는 조국의 첫 번째와 마지막 득점을 책임졌다. 잉글랜드는 결승까지 오르는 동안 6경기에서 11득점 3실점으로 공수에 걸쳐 가장 탄탄한 전력이라는 평을 들었다. 외면하던 잉글랜드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영국 텔레그래프가 한국으로 취재진을 급파했고 BBC 2 채널에서 결승전을 생중계했다.
비록 잉글랜드에 무릎 꿇었지만 베네수엘라의 선전도 눈부셨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 혼란으로 비통함에 빠진 고국 팬들에게 희망을 안기겠다는 일념으로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졌다.
이날 결승전을 찾은 관중 3만346명은 후반 들어 0-1로 뒤지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달군 주인공은 후반 초반 교체로 들어간 예페르손 소텔도(20ㆍ후아치파토)였다. 그는 키가 158cm에 불과하다. 월드 스타 리오넬 메시(30ㆍ바르셀로나)보다도 12cm 작다. 하지만 거구의 잉글랜드 선수들 사이를 맘껏 헤집었다. 후반 6분 세르지오 코르도바(20ㆍ카라카스)에게 기가 막힌 킬 패스를 찔렀지만 일대일 상황에서 코르도바의 슛은 잉글랜드 수문장 프레디 우드먼(20ㆍ뉴캐슬)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28분 승리의 여신이 잉글랜드에 미소를 보냈다. 골키퍼 우드먼이 또 한 번 팀을 살렸다. 아달베르토 페나란다(20ㆍ말라가)의 페널티킥이 가운데로 향했고 우드먼은 이미 오른쪽으로 몸을 기운 상황.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우드먼은 손을 쭉 뻗어 공을 쳐냈다. 베네수엘라는 후반 추가 시간 코너킥을 얻은 상황에서 골키퍼 윌커 파리네스(19ㆍ카라카스)까지 공격에 가담했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번 대회 4골을 기록한 잉글랜드 도미닉 솔란케(20ㆍ첼시)는 최우수선수(MVP)인 골든볼을 품에 안았다. 득점왕인 골든부트는 5골을 터뜨린 이탈리아 리카르도 오솔리니(20ㆍ유벤투스)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골키퍼인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은 잉글랜드 우드먼이다.
앞서 열린 3ㆍ4위전에서는 이탈리아가 우루과이와 전후반 90분 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1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는 총 52경기에 41만435명이 들어와 경기 당 평균 7,892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한국이 16강에서 아쉽게 탈락해 흥행이 식으며 대회 조직위원회가 목표했던 1만 관중에는 못 미쳤지만 2015년 뉴질랜드(7,544명), 2013년 터키(5,821명) 대회보다는 많았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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